“증거 상당…두 차례 조사해야”
19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3부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1공단 공원화 공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대장동 일당과 결탁한 정황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이 대표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이후 막바지 증거 확보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성남1공단 부지는 성남 수정구 신흥동에 있는 8만435㎡ 규모의 땅으로 2004년부터 장기간 공터로 방치됐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이곳을 공원으로 개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공원 개발비는 민간사업자가 대장동 개발로 얻은 이익을 1공단 공원 조성비로 투입하는 ‘결합 개발’ 방식을 통해 마련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용적률 상향 △임대아파트 비율 하향 △서판교 터널 개통 등 대장동 일당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내용을 비롯한 각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대장동 사업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설 연휴 이후로 예정된 소환 조사에서 이 대표를 강하게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오는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검찰이 두 차례 조사와 오전 9시30분께 출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소환 조사 일정은 양측의 조율이 마무리된 뒤에야 확정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에 필요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조사 범위와 내용이 상당한 만큼 위례·대장동 사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면 두 차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범죄수익 추적에도 속도
검찰은 이날 화천대유자산관리 임직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이 흘러간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강제수사 대상이 된 임직원은 양모 전무 등 4~5명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을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받는 수법으로 은닉행위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빼돌린 자금은 7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2020년 6월 25일자 화천대유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이성문 대표와 양 전무 등 임직원 13명에게 총 28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015~2017년만 해도 6명에게 90억16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는데 받는 사람과 성과급 총액 모두 늘었다. 이성문 대표는 30억원에서 120억원, 양 전무는 35억원에서 50억원, 심모 상무는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성과급이 불어났다. 이 대표 역시 성과급 증액이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 속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앞서 지난 2일엔 김씨의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를 김씨 범죄수익 245억원을 숨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