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포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이스라엘에 비축한 자국 재고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있는 자국 비축분을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방안을 놓고 한국 정부에 접촉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관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 그 비축분을 활용하는 데에 이스라엘보다 협력할 의향이 더 있었다"고 했다.
NYT는 한국 정부가 'R.O.K.(Republic of Korea)', 즉 '대한민국'이라고 표기된 포탄이 한국의 무기수출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나타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한국에 보관되어 있던 미국 포탄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미국 재고를 충당하는 데에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중동분쟁 발생시 사용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비축해둔 포탄 재고 가운데 30만발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이스라엘과 미국 국방부 관료들은 이 물량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미 유럽으로 운송되기 시작됐으며,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그간 러시아와 관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지속적으로 거절해왔다. 이번 미국 비축분 이전을 놓고도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 무장에 협조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있어 포병력은 지상 전투력의 중추를 이룬다"며 "군사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탄약을 먼저 다 쓰느냐에 전쟁의 결과가 달려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본토 내 포탄 비축량이 떨어지고 미국 방산업체의 생산능력이 우크라이나의 포탄 사용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한국과 이스라엘 비축분이라는 대안적인 공급처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해 11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미국과 포탄 수출을 협의하고는 있지만, 이는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