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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디자인도 '3D 콘텐츠' 시대…韓 벤처, 초기부터 글로벌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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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만나면서 주목받은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2009년 홍익대 인근 옥탑방에서 시작해 3차원(3D) 의상 디자인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된 클로버추얼패션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클로’를 활용하면 의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 런웨이까지 모든 의류 제작 과정을 3D로 구현할 수 있다. 구찌 아디다스 블리자드 메타 등 의류·정보기술(IT) 기업이 고객사로,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내고 있다.

#2. 게임 엔진용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유모델러’ 개발사인 트라이폴리곤은 세계 1위 게임엔진 기업 유니티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로부터 전략적 투자도 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70억원이 넘는다.

입체 공간에 이미지를 생성하는 국내 3D 모델링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행보가 바빠졌다. 메타버스 플랫폼부터 영화, 전자상거래, 부동산, 자동차, 의료, 군사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3D 기술이 활용되고 있어서다. 유니티는 현재 전체 그래픽 시장에서 3%에 불과한 3D 콘텐츠 침투율(점유율)이 2030년이면 50%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러브콜’ 받는 3D 모델링 스타트업
3D 콘텐츠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국내 3D 모델링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엔진을 기반으로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 ‘엔닷캐드’를 운영 중인 엔닷라이트는 조만간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고 연내 미국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2023 CES’에선 웹브라우저에서 3D 디자인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개해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회사는 일본 S사, 세계 3대 3D 프린팅 기업 F사 등과 구체적인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는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스튜디오에서 3D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자 1000만 명 중 80%가 10대”라며 “이미 그래픽의 기준은 2D에서 3D로 넘어갔으며 3D 자산을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위로 확대하는 3D 콘텐츠
전자상거래는 3D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캐나다 쇼피파이가 판매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3D 이미지를 사용할 때 구매 전환율은 94% 증가하고, 반품률은 40% 감소했다.

설립 4년 차 스타트업인 리콘랩스는 초기부터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카카오벤처스와 네이버 D2SF,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는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3D 모델로 전환하는 ‘3D 스캐닝’ 기술에 특화됐다. 무인양품, 바디프랜드 등 80개사가 리콘랩스의 웹 증강현실(AR) 커머스 솔루션 ‘플리카’를 맞춤형 서비스로 채택하고 있다.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는 “서울산업진흥원과 협력해 중소상인에도 3D 모델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엔 플리카의 3D 모델링 기능을 떼어내 ‘3D 프레소’라는 솔루션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D2SF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를 받은 리빌더AI는 슬러시·CES·이그나이트 등 해외 전시회에 연달아 참석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물체나 공간을 3분 안에 3D 모델로 만들 수 있는 솔루션 ‘브린’도 지난해 11월 선보였다.

3D 인테리어 분야에선 어반베이스와 아키드로우가 앞다퉈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우미건설, 삼성벤처투자 등 기업 벤처캐피털(CVC)이 투자한 어반베이스는 평면인 아파트 도면을 3D 모델로 자동으로 전환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가구 배치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키드로우는 3D 모델에서 실사처럼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는 고화질 4K 렌더링 기술에 특화돼 있다. 어반베이스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고, 아키드로우는 지난해 6월 베트남 온라인 3D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했다.

네이버 D2SF가 투자한 지이모션은 자체 개발한 의상 시뮬레이션 엔진으로 에픽게임즈, 나이키 등 해외 고객사에 가상 스타일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3D 모델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카펜스트리트는 사장될 뻔한 건축용 모델을 웹툰 창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3D 모델 오픈소스 플랫폼 ‘에이콘 3D’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3D 디자인을 손쉽게 편집할 수 있는 ‘에이블러’도 개발했다.
대기업·스타트업 합종연횡도…‘3D 자산 확보’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뷰리서치에 따르면 모델링·렌더링·모션그래픽·시각효과 기술을 포괄하는 ‘3D 애니메이션’ 시장은 지난해 204억달러(약 25조2900억원)에서 2030년 510억달러(약 63조225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3D 모델링은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3D 이미지를 생성하는 게 모델링이라면, 3D 모형에 질감과 색을 입히는 것은 렌더링, 여기에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은 모션그래픽이다. 또 영화 ‘아바타’처럼 특수 효과를 넣어 실감 나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게 시각효과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3D 모델링 기업은 스캐닝, 렌더링 기술까지 포괄한다.

3D 애니메이션의 주요 활용 분야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조, 건설, 국방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군인들이 3D 시뮬레이션으로 군사 훈련을 받거나 개인의 요구에 맞춘 다목적 모빌리티 차량(PBV)을 3D로 인테리어하기도 한다.

3D 기술이 다양한 산업으로 퍼지면서 기술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력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3D 애니메이션 선두 주자인 어도비는 지난해 3월 프랑스의 3D 콘텐츠 제작 플랫폼 키네틱스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접목한 3D 콘텐츠 저작도구 개발에 착수했다. 3D 모델링도 AI에 기반해 자동 생성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3D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활발한 가운데 메타버스 플랫폼에 뛰어든 통신사들도 3D 콘텐츠 저작툴 구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타버스에선 3D 콘텐츠가 사고팔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유니티 기반 3D 그래픽 플랫폼 전문 개발사인 모프인터랙티브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품, 의상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KT는 엔닷캐드를 활용해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서 창작자들이 손쉽게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가상 오피스 서비스 구축을 위해 지난해 유니티코리아와 메타버스 기술 협약을 맺기도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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