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8 전당대회 당대표 결선투표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예측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최근 이 전 대표가 자신과의 대화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보면 윤핵관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제가 당대표였을 때 들어온 당원들의 구성안, 의견, 여러 가지 판단 등을 저들은(윤핵관들은) 아직 모를 것"이라며 "당원들은 '윤핵관들 잘하고 있어' 이런 성향은 아닐 거다. 그래서 여러 의견을 들어보면 아마 윤핵관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대표는 "결선투표에 가면 결국 윤핵관들이 생각하는 결과가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윤핵관) 자기들의 생각과는 (달리) 당원들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소장 역시 현재 국민의힘 당원 약 84만명 가운데, 이 전 대표 체제 시절 입당한 당원 수가 40만명에 달한다는 주장을 언급하면서 이 전 대표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누군가를 막아보려고 만든 결선투표,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누군가를 막기 위해서는 결선투표를 안 해야 할 텐데"라고 적은 바 있다. 이는 당대표 선거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때 1, 2위를 가리기 위해 새로 도입한 결선투표제가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인 상황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결선투표제는 친윤 후보 당선을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종전에서 친윤 후보에 표를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인지도가 높은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나 전 의원이 윤핵관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각을 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결선에서 유력한 친윤 후보인 김기현 의원에 나 전 의원이나 안 의원이 맞설 경우 '비윤 및 수도권' 표가 한곳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