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실제로 스무 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 중 세 명의 바흐가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음악사에 이름을 남겼다.
바흐의 가장 유명한 아들은 차남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다. 프로이센 궁정 악단의 쳄발로 주자로 일하며 프리드리히 2세의 총애를 받았다. 생애 마지막 20년은 함부르크 5개 교회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생전엔 아버지보다 명성이 더 높아 ‘베를린의 바흐’ ‘함부르크의 바흐’로 불리기도 했다. 그가 만든 건반 악기 교본은 당시 연주자에게 필수 지침서였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후대 음악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도 당대엔 아버지보다 더 유명한 작곡가였다. 15세 때 아버지 바흐가 세상을 떠나면서 형들에게 음악을 배웠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작곡가로 활약했다. 이후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런던의 바흐’라고 불렸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런던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 작곡을 배웠다. 모차르트의 초기 교향곡은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두 사람은 20년 이상 차이가 났지만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는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아꼈고, 모차르트도 그를 존경했다.
장남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도 타고난 재능에 아버지의 교육까지 더해져 오르간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버지 바흐는 장남의 음악 교육을 위해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곡집’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인생 후반에 불행이 겹쳤고, 아버지의 친필 원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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