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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이사회 바뀔까…최씨-장씨 표대결 현실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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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2월 03일 15: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을 예고한 고려아연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씨 대 장씨 구조의 공동 창업주 후손들이 이사회 선임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씨 일가는 최씨 일가 중심의 이사회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운영하고 있지 않아 독립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승진한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도 물려받았다. 최씨 일가는 경영성과 극대화에 맞불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장씨 VS 최씨 갈등의 발단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한 지붕 두 가족'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설립한 이후 고려아연 계열 회사들은 최 씨 일가가, 코리아써키트 등 전자 계열은 장 씨 일가가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오너 3세'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동업에 균열이 생겼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경쟁적으로 고려아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의 신사업을 위한 외부 투자유치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 주도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자사주를 맞교환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최 회장 우군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로선 장씨 일가가 31.96%, 최씨 일가가 27.90%의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장씨 일가가 최씨 일가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많았으나 현재는 격차가 3%포인트대까지 좁혀졌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6.02%를 LG화학, ㈜한화, 한국투자증권, 세계 2위 원자재 거래 기업 트라피구라에 매각했다. 이들 모두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최 회장 측 지분을 모두 합하면 27.7%로, 영풍 측과 지분율 차이는 3.7%다. 이 외에 한국타이어(0.78%)·조선내화(0.2%)도 최 회장의 우호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2021년 4월 고려아연 주식 0.22%를 400억원에 사들인 후 지난해 하반기 0.56%를 550억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이들 유상증자를 의결하는 이사회에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 회장은 불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독립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장씨 일가는 이후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에이치씨유 등 지배력을 행사하는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 주식 0.58%를 추가 확보하는 등 3년 만에 처음으로 지분을 늘렸다.
이사회 구성 어떻게 달라질까
최 회장 일가가 지분을 늘리는 배경엔 고려아연 계열분리에 대한 복안이 숨어있다. 영풍그룹은 그간 장씨 측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영풍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측이 고려아연을 맡는 형태의 공동경영을 해왔다.

일반적으로 기업집단의 계열분리는 주요 주주들이 계열사 지분을 서로 맞바꾸는 형태지만 장씨 일가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이사회 결의를 통한 분리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다. 최 회장이 이사회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 상정될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우호세력을 최대한 모아 계열분리를 추진한다면 가능성은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씨 일가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는 작년 주총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최윤범 사내이사 선임은 의결권 발행주식 중 99.2%의 찬성을 얻었던 반면 장형진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찬성률 83.5%, 반대 및 기권이 16.5%에 달했다. 성용락·이민호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반대 및 기권이 각각 1.3%와 0.2%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장씨 일가에 특히 우호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는 3월 열리는 주총에선 이들 이사진 중 일부가 재선임되거나 교체된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이사회 의장인 최창근 사내이사와 노진수·백순흠 사내이사, 한철수·김의환·김보영 사외이사 총 6인이다. 총 11명의 이사 중 과반이 교체되는 만큼 새 이사회 진용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이사로 구성될 경우 계열분리가 현실화할 수 있지만 장씨 측이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 외에 주주제안으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등 표 대결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최대주주인 영풍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에 가까웠기 때문에 주총에서 이사 선임은 원안대로 가결돼 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자문 관계자는 "지난 연말까지는 지분 확보에 한창이었고,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에서 이젠 나머지 주주들을 어떻게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라며 "현 이사회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또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각자 진영 논리를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씨 일가가 이번 주총서 현재 최씨 일가 중심의 이사회에 제동을 건다면 이사회 독립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운영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고려아연 이사회 규정상 이사회 의장은 회장으로 규정, 최 회장이 지난해 12월 승진하면서 최창근 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게 됐다. 고려아연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향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운영 등 미준수 사항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경영진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통상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해 경영 감독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를 제시한다.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은 업무의 효율성은 높이지만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회사는 "비철금속 제련업종 특성상 신속한 의사결정과 지속적이고 책임있는 설비투자가 진행돼야 하지만 사외이사 의장은 공정성과 감독기능은 충족해도 제련 업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대신 집행임원 제도를 도입 운영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표 대결 관심사…최씨 일가는 막판 경영성과 총력
당장 극단적인 경영권 분쟁 상황까지 번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앞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맞교환이나 최윤범 회장 승진을 결정한 이사회에 장형진 고문이 모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다만 두 일가가 주주명부 폐쇄 직전까지 의결권 확보 경쟁에 나섰던 점을 미루어 보아 올해 어떤 식으로든 분쟁 양상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표 대결이 현실화한다면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 외 53인(41.75%)에 이어 국민연금공단(8.28%)이 2대주주로 있다. 외국인 투자자 23.29%를 포함한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42%) 표심도 관건이다.

기관은 최 회장 일가에 우호적일 것이란 평가가 많다. 대체로 최 회장의 신사업 추진을 위한 대기업과의 업무협약 체결, 세계 2위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구라 등 글로벌 업체로부터의 투자 유치 등을 높게 사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앞서 배터리 필수소재인 황산니켈·전구체·동박 사업진출을 위해 자회사 및 합작회사도 설립했다.

최 회장 역시 신사업 추진 성과를 경영권 강화 카드로 쓰려는 분위기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더이상 꿈이 아니다"라며 "올해는 이를 현실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상반기 중 미국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배터리 리사이클 관련 사업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2일엔 주주친화 정책도 발표했다. 이사회 보고를 통해 그간 실시하던 연말배당 정책을 수정해 올해부터는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윤범 회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주주친화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 회장 최측근 노진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해외를 오가며 기업설명회를 챙기고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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