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가 진통 끝에 국내 최초로 들어서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에 전격 합의했다. 생산 규모와 고용 인원, 일부 공정 외주화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지 약 1년 만이다. 그러나 노조 요구대로 향후 생산 규모를 20만 대로 명시하고, 고용 인원을 현재보다 늘리기로 하면서 전기차 시대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13일 경기 화성 전기차 신공장을 오는 3월 착공해 2025년 7월 첫 전기 목적기반차량(PBV)을 생산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기아 노사는 지난해 초 신공장 건설 계획이 나온 이후 약 1년 동안 17차례 고용 관련 협의를 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표류하던 공장 건설이 전격 타결되면서 미래 먹거리인 PBV는 극적으로 적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착공을 서둘러야 하는 회사 측이 시간에 쫓겨 공장 생산 규모와 고용 인원에서 대폭 양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사는 생산 규모와 관련해 착공은 회사 원안대로 연 10만 대로 하되 향후 ‘총 20만 대 이상’을 생산하기로 합의안에 명시했다. 수요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미래 PBV 시장에서 생산 규모를 약속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 인원도 노조 요구를 받아들였다. 회사 측은 노조에 제시한 1차안에서 화성 전기차 공장에 578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공장에서는 생산을 위한 필수 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노조 주장에 가까운 759명을 고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회사가 외부 조달하려 했던 파워일렉트릭(PE) 모듈 공정 또한 노조가 고수한 ‘내부 자체 생산’으로 확정했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뜨거운 감자였던 전기차 공장 고용과 관련한 첫 노사 협상에서 노조가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아 노조는 타결 직후 “고용이 축소되는 전기차 전환이 아닌 고용이 안정되는 전환을 선택했다”며 “합의 사항을 지켜내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자평했다.
박한신/김일규/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