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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 잇단 구조조정…경기 연착륙땐 '인력난 역풍'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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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기술기업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최근 들어서는 미국 월스트리트 은행 등 다양한 업종이 구조조정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비용 절감의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최근 둔화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도 피어오르고 있다. 이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을 크게 보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인재 유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마존 등 구조조정 행렬
미국 기술업계는 지난해 15만 명 이상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1만8000명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아마존이 지난해 11월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을 때 시장이 예상한 인원보다 많다. 아마존과 같은 날 세일즈포스도 전체 인력(약 8만 명) 중 10%를 해고하겠다고 나섰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생명과학 연구 자회사인 베럴리도 최근 전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24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기술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대표 업종이어서다. 지난해에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가 1만1000명을 감원하는 등 15만 명가량이 해고됐지만,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라는 의미다.

암호화폐업계도 대량 해고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전체 직원(약 4700명)의 20%에 해당하는 950명을 감원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6월 18%를 감원한 지 반년여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을 하게 됐다. 암호화폐 대부업체 제네시스와 암호화폐거래소 후오비도 최근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고연봉의 상징인 미국 월스트리트 은행들 사이에서도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실적을 견인해온 투자은행(IB) 부문 등의 실적이 감소해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5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전체 직원의 3% 미만이다. 월가 은행 골드만삭스는 최대 3200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골드만삭스는 월가 은행 중 선제적으로 지난해 9월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도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해고 규모는 미정이다. 유통기업 월마트, 식음료 기업 펩시 등도 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美 경제 골디락스 가능성은
미국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근로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12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이달 첫 주(1∼7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20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15주 만에 최소치다. 최단 2주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63만 건으로 6만3000건 줄었다. 미국의 작년 12월 실업률은 3.5%로 여전히 수십 년만의 최저치다.

최근 해고가 고연봉 화이트칼라에 집중돼 있고, 블루칼라로 분류되는 근로자들에 대한 구인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제조업 등 기업에서부터 대량 해고를 시작, 불황이 임박해야 화이트칼라를 내보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화이트칼라를 다량 고용하면서, 이번에는 이들이 가장 먼저 칼바람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하는 이유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있다. 세계은행(WB)은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들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일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6월 WB의 전망치인 3%보다 1.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이 경기침체를 맞더라도 극심한 수준은 아니고, 심지어 경기침체를 피해 갈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 강해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견조한 노동시장과 강한 소비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해 갈 가능성이 상당하고, 침체를 피할 수 없더라도 그 정도는 약할 것이라고 했다.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실은 것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6.5%로 2021년 10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소폭을 기록한 것도 낙관론에 기여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CPI는 전월보다 0.1% 하락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및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럴 경우 대규모 해고를 진행한 기업들이 인력 부족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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