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업(UP) 가전’ 제품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액체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해 세제나 물 없이 세탁할 수 있는 ‘무수 세탁 시스템’도 상업용 제품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 생산법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년 전 처음 공개한 업가전은 의미 있는 성장을 거두며 가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국내에서 인정받은 업가전의 가치를 글로벌로 확대해 세상에 없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업가전은 제품을 구입한 이후에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기능, 색상 등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제품을 뜻한다. 냉장고 도어 색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24종의 업가전을 출시했다. 120개 이상의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배포했다. 류 사장은 “업가전 출시 이후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씽큐 연결이 2배 이상 늘었다”며 “6000건 이상의 아이디어가 고객들로부터 나오는 등 소통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고객의 제품 사용 패턴,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해 업가전의 개인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류 사장은 “고객이 가사에서 해방돼 가치 있고 즐거운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업가전’을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라며 “최고의 제품은 기본이고 집안일을 보다 완결성 있게 해결하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 연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냉장고를 쓰다가 온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음식물이 상하기 전에 미리 알림을 주거나, 세제를 많이 쓰는 고객에게는 세탁기에 문제가 생기기 전 미리 안내하는 식이다. 류 사장은 “고객과 소통하면서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가치를 주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업가전의 해외 브랜드인 씽큐업(ThinQ UP)을 앞세워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업가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친환경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도 강화한다.
먼저 연내 업가전 세탁기와 워시타워에 ‘미세 플라스틱 케어 코스’를 업그레이드로 제공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세탁 과정에서 섬유가 손상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드럼 세탁기의 세탁 과정과 물의 온도 등을 최적화해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줄이는 세탁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수 세탁 시스템도 상업 시장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무수 세탁 시스템은 세탁기 내부에서 기체 이산화탄소를 냉각·압축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물 대신 사용한다. 세탁을 마친 뒤에는 이산화탄소를 기화시켜 다음 세탁에 다시 활용한다. 이산화탄소의 점도와 표면장력을 이용해 세제, 물, 기름 없이도 오염을 제거할 수 있다. 폐수와 배기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 류 사장은 “획기적인 세탁 기술이지만 고압이다 보니 가정용 대신 상업용으로 선행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무수 세탁 기술이 세탁기 사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락스빌(미국)=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