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불화가 잦고 의부증이 있던 아내가 남편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아파트까지 매수한 경우 혼인 무효 소송이 가능할까?
13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늦은 나이에 만나 섣불리 결혼했다는 남성 A씨의 고민이 전파를 탔다.
A씨는 "제가 모은 돈으로 신혼집을 전세 3억원에 마련했고, 총각 때 혼자 살면서 쓰던 물건들을 신혼살림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많은 부분을 아내에게 배려했다고 주장하는 A씨는 "아내가 예단비 300만원을 보낼 건데 얼마를 돌려줄 거냐고 따지더라. 예단비를 안 돌려줄까 봐 따져 묻는 아내가 이해되지 않았고 크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결혼식 날짜를 일방적으로 두 차례나 변경했다는 것.
A씨는 "외국에 사는 오빠가 결혼식 날 참석할 수 없다며 날짜를 바꾸고, 부케를 받기로 한 친한 친구가 그날이 힘들다며 또 날짜를 바꿨다"며 "어른들도 모시는 결혼식을 아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자꾸 변경해서 다퉜다. 화가 난 아내는 결혼을 없던 것으로 하자면서 결혼식장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A씨는 아내에게 "파혼하자"고 얘기한 뒤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내는 용서를 구했고 양가 어른들이 A씨를 설득해 결국 결혼을 예정대로 진행하게 됐다.
결혼 이후에는 아내의 의부증이 문제였다. A씨가 신혼여행에서 급한 업무 연락을 받자 아내는 누구인지, 여자는 아닌지 의심했다.
또 A씨가 결혼식에 와준 친구들에게 답례 식사를 대접한 것을 두고 아내는 "친구들이 아닐 거 같다"며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A씨는 "하루는 제가 사촌 누나와 통화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여자 목소리를 듣고 의심해 사촌 누나와 직접 통화시켜 주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아내는 저를 믿지 못했고, 아내의 의부증으로 자주 다퉜다"고 토로했다.
결국 A씨는 아내에게 헤어지자고 한 뒤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아내에게 '이번 달 말까지 짐 정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아내는 A씨 모르게 그가 혼자 마련했던 전세보증금 3억원을 중도금으로 해서 아내 명의의 아파트를 매수했다. 또 구청에 혼인신고까지 몰래 마쳤다.
A씨는 이와 같은 사정으로 "더 이상 아내와 함께 살 수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지현 변호사는 "아내분이 부부간 신뢰를 굉장히 크게 훼손해 더는 혼인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보여진다"며 A씨 사연처럼 당사자 간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혼인 무효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 상대방의 의사가 결여됐다면 혼인 무효다. A씨가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아내를 상대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재산 분할도 함께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아내가 A씨 몰래 매수한 아내 명의 아파트를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A씨와 아내분의 사실혼 기간이 굉장히 짧다"며 "또 결혼하면서 A씨가 아내보다 월등히 많은 금원을 투입했으며 아내 명의 아파트는 A씨가 혼인 전부터 모았던 약 3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토대로 매수됐기 때문에 당연히 A씨의 기여도가 아내보다 훨씬 높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산 분할 비율에 따라 A씨에게 귀속돼야 할 금액을 아내가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