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고 적었다. 사실상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들게 우리 당원들게 드렸던 말씀”이라며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다.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이 글을 올렸다.
나 전 의원은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며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윤(친윤석열) 그룹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친윤계 의원들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유승민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나 전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전통 당원의 지지세가 강한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친윤계 표가 분산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친윤계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친윤계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김장연대)도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12일에는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에서 공부모임 ‘국민공감’ 소속 친윤 의원 23명이 모여 김 의원을 지지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반(反) 윤핵관’ 구도를 만들어 당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이 아니라 본인이 진정한 윤 정부 성공을 위한 당권 주자’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 12일 안철수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도 한 방송에 나와 “국민의힘은 윤핵관 늪에 빠져 있다. 또 윤핵관을 넘어 장핵관(장제원 의원 핵심 관계자)이 문제”라며 친윤계를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개 행보를 중단한 채 잠행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권주자로서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