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인 애플과 메타가 ‘미국 최고의 100대 직장’에서 탈락했다.
11일 미국의 익명 직장평가 플랫폼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2023년 일하기 좋은 100대 직장’ 목록에서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이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2011년부터 순위권에 진입해 세 차례나 1위를 차지했던 메타도 순위권에서 밀렸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에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압박했다가 ‘인심’을 잃었다는 평가다. 글래스도어는 “직원들은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가능한지 여부를 중시한다”며 “(애플의) 사무실 복귀 요구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야심차게 추진한 메타버스 사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가, 지난해 1만1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나서면서 직원들의 지지를 잃었다. 글래스도어는 “회사의 전략이 직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고, 대규모 해고가 직원들을 위축시킨 데다 기업 브랜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올해 1위는 2009년 설립된 기술기업 게인사이트가 차지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투명한 리더십과 원격근무와 무제한 유급휴가 등 유연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엔비디아(3위), 서비스나우(9위) 등 다른 기술기업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컨설팅회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인앤아웃버거도 등장했다.
조사가 시작된 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00위 안에 든 기업은 알파벳의 자회사 구글과 컨설팅 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 두 곳뿐이다.
글래스도어는 직원이 1000명 이상인 기업 중 연간 75개 이상 평점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매년 최고의 직장 100곳을 선정해 발표한다. 기준은 지난 1년 동안 소속 직원들이 매긴 평점의 평균이다.
대니얼 자오 글래스도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술 기업의 인기는 여전하긴 하지만, 순위 변동도 극심했다”면서 “위기의 시기에 유망한 기업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