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초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 강화에 나섰다. 이웃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와는 북미 지역 내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일본과도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 미 하원은 중국과의 광범위한 경쟁에 대처하는 특별위원회를 하위 기구로 설치하기로 했다.
북미 3개국, 반도체 동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북미 3개국 정상회의를 했다.이들 정상은 북미 지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올초 반도체 포럼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3개국이 따로 모여 반도체 포럼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따라 반도체 생산 시설을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국이 이웃 국가와 ‘반도체 동맹’을 맺는 것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반도체 등 핵심 자원의 글로벌 공급망이 순식간에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쳤다. 특히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반도체 공급난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해 아무도 우리를 제멋대로 막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뤼도 총리도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인근을 반도체 생산기지 후보로 낙점한 것은 값싼 노동력의 이점을 활용하려는 의도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바레즈앤드마살의 스콧 존스 이사는 “반도체 공급망 배치에서 멕시코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것은 저렴한 노동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는 기술 협력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일본과 손을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3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유즈’ 기술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협력 분야는 드론,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양자기술 등을 아우른다.일본과의 기술 협력도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중국은 군사와 민간용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군민융합’ 기술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일 간 듀얼유즈 협력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미국이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며 일본의 민간 기술 역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미 하원도 대중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원은 10일 중국과의 경쟁에 대응하는 이른바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하위 기구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찬성 365표, 반대 65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했다.
대중국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일자리와 공급망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문제 등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