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 귀족 부인의 불륜과 몰락 이야기를 다룬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렇다. 모든 불행에는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그래서 스토리가 된다. 고통과 상실, 이별을 주제로 삼은 예술 작품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림에선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와 빈센트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 이런 예다.
프랑스 출신 작가 다비드 자맹(52)은 반대로 행복을 그리는 화가다. “예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별 얘깃거리가 안되는 행복을 그리는데도 그는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인기 작가다.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등 문화 선진국이 앞다퉈 그를 찾는다.
이런 자맹의 그림 150여 점(미공개 신작 100점 포함)이 다음달 4일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의 ‘핫 플레이스’가 된 더현대서울에 들어선 전시공간 ALT.1(알트원). 전시를 주최하는 한국경제신문과 비아캔버스는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멋쟁이)’를 최대 44% 싸게 만날 수 있는 ‘얼리버드’ 입장권을 1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판매한다. 가격은 1만원. 성인(1만8000원)과 청소년(1만5000원), 어린이(1만2000원) 정상가보다 17~44% 저렴하다. 인터파크와 네이버 등에서 ‘다비드 자맹’으로 검색한 뒤 예매하면 된다.
자맹은 2년 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연 ‘내면 세계로의 여행’ 전시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처음 인사했다. 코로나19가 상륙해 전국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그의 ‘행복한 그림’을 보려는 관람객이 밀려들면서 전시 기간이 보름이나 연장됐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작품을 다시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주최 측은 이번 전시를 역대 자맹 작품전 중 최대 규모로 키웠다. 작품 수를 2년 전 52점의 세 배로 늘렸고, 전시 장소도 크고 접근성 좋은 곳으로 바꿨다. 알트원은 더현대서울 개관 후 2년간 50만 명 넘는 미술 애호가들이 찾은 인기 전시 장소다. 전시장에는 멜론이 고른 음악이 흐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맹의 분신과 같은 캐릭터 ‘멋쟁이’, 고흐의 자화상 등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오마주한 연작 등이 걸린다. 작품마다 작가의 거주지이자 영감의 원천인 남부 프로방스의 행복한 분위기가 감돈다. 따뜻한 햇살과 푸른 하늘, 지중해 바다가 만나는 남부 프로방스는 고흐와 고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등 예술가들이 사랑한 장소였다.
한국 전시를 기념해 자맹이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박찬욱 윤여정 등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스타 5인을 그린 ‘한국의 별’ 연작도 준비돼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메시, 펠레, 타이거 우즈 등 스포츠 스타들을 그려낸 ‘더 그레이티스트’ 연작을 발표하고 판매 수익금으로 청소년 암 환자를 돕고 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에서 이번 전시를 후원한다. 4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