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은 9일 반도체 업종에 대해 저점이 멀지 않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환 시점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과거에 비해 재고 수준이 높단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메모리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삼성전자의 적자는 메모리 업황의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업황 저점에 비해 지금은 재고 수준이 부담스러워 업황 전환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적극적인 감산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V자 반등보단 'U자' 패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점에 근접했지만, 전환(피벗) 시점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주 국내외 반도체 업종 주가에 대해 "국내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 지난주 국내외 반도체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에 따른 투자 축소, 메모리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보조금 축소 가능성 소식과 웨스턴디지털(WD)·키옥시아 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협상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난주 WD의 주가는 17.8% 급등했다.
이 연구원은 합병 가능성에 대해 "양사가 이미 합작회사 형태로 팹을 운영하고 있어 생산보단 마케팅, 관리조직에 대한 효율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키옥시아의 지분은 여러 업체가 연관돼있고, 인수 조건도 복잡해 합병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업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면서도 "과거 실적과 현재 주가 수준을 비롯하면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