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형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약 3200명을 감원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2008년 이후 첫 대규모 정리해고가 유력하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중 약 3200명의 해고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이 트레이딩 및 은행 부문에서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블룸버그는 20억달러를 웃도는 세전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용카드 및 할부 대출 사업에선 골드만삭스가 새로운 사업 단위 조직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아직 구체적인 해고 인원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이 은행이 대규모로 인력을 감축했던 건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금융 위기 때가 마지막이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전체 인력 규모의 약 10%에 해당하는 3000명을 해고했다. 코로나19 유행기엔 사세를 확장하면서 인력 규모를 2019년부터 지난해 9월 말 사이에 34%나 늘렸다. 현재 인력 규모는 4만9100명 수준이다.
최근엔 경제침체 우려로 은행들의 실적이 부진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의 수수료는 77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1323억달러)보다 42%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은행들의 주식발행시장(ECM) 거래 규모는 5170억달러로 전년보다 66%가 줄었다. 업계 실적 악화에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직원들에게 연말에 보낸 음성 메모에서 “1월 상반기 중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공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17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13일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경쟁 은행사들이 나란히 실적을 발표한 뒤의 일정이다. 정리해고의 칼날을 피해간 은행원들도 성과금 축소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