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이 미국 시장에 뛰어든다. 현지 업체와 손잡고 미국 주요 도시에 스크린골프를 들여놓는다는 구상이다. 쓴맛을 본 중국 시장에도 다시 도전한다. 대도시 상가에 스크린골프 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부유층 가정을 노리기로 했다.
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문 여는 ’골프존 소셜‘ 1호점을 시작으로 스크린골프 수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올해를 ‘글로벌 골프존’의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스크린골프의 아버지’로 불린다. 삼성전자 출신인 그가 골프존을 창업한 건 2000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개발에 성공한 골프존은 샷의 방향과 거리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계산하는 기술과 실제 골프장을 옮긴 듯한 고화질 영상으로 업계를 장악했다. 스크린골프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골프장 운영(골프존카운티), 골프용품 유통(골프존커머스), 골프존아카데미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있었다. 해외 시장이다. 2015년부터 중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회장은 “‘골프는 결국 문화’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중국에 그대로 적용한 게 실패를 불렀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지화’로 전략을 바꿨다. 전 세계 골프장 700여 곳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 트룬과 조인트벤처를 세웠다. 이들이 선보이는 공간은 ‘골프존 소셜’이다. 이달 말 미국 뉴욕 펠리세이드센터를 시작으로 오는 3월 뉴욕 스카스데일에 2호점을 연다. 골프존이 최첨단 스크린골프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트룬이 현지인 입맛에 맞게 매장 인테리어와 식음료 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맥주 칵테일 등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bar)를 스크린골프장에 넣고 골퍼들이 원할 경우 ‘온라인 토너먼트 리그’에 참여해 경쟁하는 방식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스크린골프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때마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스크린골프를 기반으로 한 가상 골프리그 기업 TMRW를 창업하면서 미국에서 스크린골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호재다.
중국 시장에도 재도전한다. 중국은 최고 고위층이 사실상 ‘골프 금지 조치’를 내린 탓에 고사 상태에 빠졌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이런 상황을 “기회”라고 했다. 값비싼 필드골프와 달리 스크린골프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저렴하고 건전한 여가활동이란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각 가정에 스크린골프 기기를 넣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내 골프시장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했다. 다들 “경기 침체 여파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김 회장은 “골프는 너무 매력적인 스포츠라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며 “골프장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골프 후원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골프존은 최근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 대한 후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골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한국에서 골프 왕국을 이룬 김 회장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더니 이런 답을 내놨다. “골프존이 생긴 뒤 우리 직장인들의 레저 생활과 회식 문화도 꽤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았나요. 다음 목표는 이걸 해외에도 정착시키는 겁니다. 미국, 중국에 이어 베트남과 유럽에도 나갈 겁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