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취급 중단과 레고랜드 사태로 고조됐던 건설업계 자금 경색에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자금 압박으로 계열사까지 위기감이 번졌던 롯데건설이 PF 채권 매각에 성공하면서 건설업계에 PF 대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미분양 등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아 PF 조달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6일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PF 관련 채권 1조50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매각 대상이었다.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의 브랜드 가치와 우량 프로젝트 성과 등에 주목해 이번 채권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은 이번 채권 매각뿐만 아니라 전환사채 2000억원과 공모사채 2500억원 등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모두 판매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에서 빌린 자금도 조기 상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홈쇼핑과 롯데정밀화학에서 대여한 4000억원을 갚은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롯데케미칼로부터 빌린 5000억원도 조기 상환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3개월간 도래한 1조7000억원 규모의 PF 차환에 성공했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PF 물량도 걱정할 필요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롯데건설발(發) PF 위기가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일시적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애초 재무구조가 불안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최근 PF 대출 금리도 고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돼 급한 위기는 넘겼다는 반응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15조원 규모의 보증 공급에 나서면서 PF 위기 대응에 나섰다. 미분양 대출 보증과 기존 PF 대출금 상환을 위한 PF 보증이 신설돼 건설사의 자금조달은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다만 올해 건설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금리와 미분양 등 위험 요소가 남아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건설사에 대한 회사채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책적 지원에도 지속되는 금리 인상과 투자심리 위축, PF 사업성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