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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한·일 관계의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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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한·일 관계의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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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만화)의 나라’ 일본에는 틴에이지 대상의 주간 만화잡지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일본 최대 출판 그룹인 히토쓰바시 계열의 슈에이샤가 내는 ‘주간 소년 점프’다. 1968년 창간된 이후 마징가 Z, 바람의 검심, 유희왕, 원피스, 나루토 등과 근작 귀멸의 칼날 등 초대형 히트작을 연재했다.

이 잡지의 최고 전성기는 1995년이다. 잡지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653만 부를 찍으며 주간지 발행 부수 기네스북에 올랐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그 당시 연재한 작품들이 드래곤볼, 유유백서 등과 더불어 바로 슬램덩크다.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고교 농구부 주장 경력의 만화가다. 그의 탁월한 데생 능력에 더해 체험에서 우러나온 심리 묘사와 역동적 장면 처리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중학교 때 여학생에게 50번 차인 강백호(원작 캐릭터 사쿠라기 하나미치)에게 채소연이 던진 첫 장면의 “농구 좋아하세요?”는 만화 역사에 남는 명대사다.

잡지 연재 종료 25년 만에 나온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과 일본의 신년 벽두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일본은 ‘아바타: 물의 길’이 슬램덩크에 밀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박스오피스 1위를 하지 못한 나라다. 한국에서도 스크린에 걸리자 단숨에 3위에 오르는 이변을 낳았다. 누적 단행본 판매가 일본은 1억700만 권, 한국도 1500만 권 이상인 데서 유추할 수 있듯 올드팬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 결과다.

극장판 슬램덩크는 원작 만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전국 최강 산왕공고와 북산고의 최종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원작자 이노우에가 각본, 감독까지 맡아 질감 높은 화면으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북산고가 대역전을 펼치는 피날레는 만화영화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박진감 있다.

올해는 일제 징용공 문제 해결로 한·일 관계가 새 전기를 맞게 될 해다. 문재인 정권 5년을 거치며 수교 이래 최악으로 꼬인 양국 관계를 풀어줄 시원한 ‘슬램덩크’가 기대되는 때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다.” 극 중 북산고 감독 안 선생님과 같은 자세가 한·일 정치인과 외교 당국자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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