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2년 전 선보였던 전시 콘셉트를 ‘조각조각’ 잘라내 붙여 놓은 것 같습니다.”
전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 참가한 중국 가전업체 TCL 부스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곳에선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TV는 물론 스마트폰까지 대놓고 삼성전자를 베꼈다”며 혀를 찼다.
이날 TCL 부스는 볼수록 쓴웃음이 나왔다. TV 전시 공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QLED TV를 중심으로 선보였던 콘셉트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Q시리즈’란 QLED 브랜드명만 다를 뿐 크기별 종류 구성도 비슷했다.
스마트폰 전시 공간은 더 심했다. TCL은 이곳에 ‘프로젝트 시카고’란 이름의 폴더블(접히는)폰 시제품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 시리즈의 미투 제품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했다. 제품을 접었다가 열어보려 하자 현장 직원은 “만지면 안 된다”고 외쳤다. 이유를 묻자 “시제품이어서 내구성이 완벽하지 않다”며 “만지지 말고 눈으로 보기만 하라”고 했다.
삼성전자 제품과 너무 비슷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겉과 달리 안은 완전히 다르다”고 답했다. 3시간 뒤쯤 다시 이곳에 갔을 때 제품 주변에 플라스틱 보호막을 세워뒀다. 왜 막아뒀는지를 묻자 “사람들이 자꾸 접어보려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제품은 TCL이 ‘CES 2022’에서 이미 공개한 것이다. ‘혁신의 현장’으로 불리는 CES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이 주는 놀라움을 기대하고 찾는 관람객에게 미안해야 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라스베이거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