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데 불면증이 흔해진 시대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시장이 커지는 이유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사진)는 매트리스 시장을 파고들었다. 2017년부터 메모리폼 매트리스 사업을 이어온 삼분의일은 최근 수면 데이터 기술회사 바이텔스를 인수했다.
전 대표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분기 데이터와 결합한 ‘스마트 매트리스’를 처음으로 내놓고 본격적으로 슬립테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안마의자가 널리 보급된 것처럼 5년 안에 침실 풍경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매트리스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국내 침구업체들은 이미 제품 마케팅에서 써왔다. 사용자의 체형, 수면 자세 등에 따라 매트리스를 조절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삼분의일은 여기에 수면 데이터를 더했다. 매트리스에서 잠이 들면 개인의 수면 상태를 기록해 최적의 수면 온도를 찾아준다. 수면의 질에 따라 점수도 매긴다.
전 대표가 매트리스 업체를 창업한 계기는 과거 여러 차례 회사를 운영하면서 불면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잠을 못 잤고, 그럴 때마다 숙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곡물 트레이더, 육류 담보대출 심사역 등으로 일하다가 2012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멕시칸 레스토랑과 인도 음식점 등을 운영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4년 가게를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다니다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매료됐다. 하지만 다시 창업에 도전한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홈클’이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잠을 못 잘 정도로 괴로웠지만, 이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됐다.
전 대표는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다면 거대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삼분의일이란 사명도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은 자야 하는 인간의 특성에서 따왔다. ‘가성비’ 높은 매트리스로 주목받던 삼분의일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20년부터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 전 대표는 새로운 슬로건을 ‘침대는 진짜 과학이다’로 잡았다. 글로벌 500개 기업을 연구하고, 수면 온도 최적화 알고리즘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술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시기에 한 벤처캐피털(VC)의 소개로 만난 곳이 바이텔스다. 바이텔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박찬용 대표가 세운 회사다. 수면 시 뒤척임, 시간당 호흡수 등 생체 데이터를 모으는 측정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분의일의 스마트 매트리스는 사용한 지 1주일 정도 지나면 스스로 이용자 수면 패턴을 학습한다. 수면 온도 조절은 매트리스 커버 내부의 실리콘 관을 냉각하거나 가열하는 방식이다. 전 대표는 “매트리스를 넘어 수면 개선 종합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