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게임(게임을 위해 태어났다).’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의 주요 부스엔 공통점이 있다. 최신식 PC방 또는 오락실을 옮겨놓은 듯한 ‘게임존’이다. 전자업계가 세계 게이머를 향해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센스 부스엔 게임존을 체험하려는 인파로 자연스럽게 대기 줄이 생겼다. 게임존 중심에는 각 전자업체가 선보인 최신 게이밍 TV와 모니터가 있다. 관람객은 보물찾기(삼성전자), 전투 서바이벌(LG전자·TCL), 카레이싱(하이센스) 등 여러 종류의 게임을 즐겼다. 게이머 전용 의자와 소파, 콘솔기기, 사운드바를 갖춘 곳도 있었다. 좌우 시야각을 고려해 휘어진 형태로 만들어진 커브드 모니터도 관심이 몰린 제품이다. LG전자가 선보인 ‘OLED 게이밍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한 외국인 관람객은 연신 ‘와우’를 외쳤다.
게이밍 제품이라고 해도 화질에는 수준 차이가 상당했다. 중국 하이센스가 선보인 게이밍 TV는 일반 LED TV에 ‘게이밍’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여 놓은 것으로 보였다.
PC업체 에이수스와 델도 이번 행사에 게이밍 노트북 신제품을 들고나왔다. 에이수스 노트북엔 ‘인텔 13세대 i9 HX 시리즈’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최신 반도체가 들어갔다.
CES 2023에서 게이밍 제품이 주목받은 것은 게이밍 기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게이밍 인구는 30억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게임 환경을 향상하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게이머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특히 OLED 패널은 응답 속도가 0.00001초 이하여서 OLED 패널로 게이밍 TV, 모니터를 개발 및 판매하려는 전자업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응답 속도는 그래픽카드 신호를 화면에 보여주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이에 따라 게이밍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게이밍에 주로 쓰이는 노트북 및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300만 대에서 2025년 416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매출도 올해 약 17억달러(약 2조원)에서 2025년 56억달러(약 7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