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축의금 적정 금액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직장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10만원을 내고 아내와 참석했다는 이유로 선배로부터 면박을 받았다는 사연이 축의금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재차 불을 붙였다. 특히 축의금을 받는 입장에서는 최근 몇년 간 물가 상승으로 10년 전과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가치가 줄었다는 토로가 나온다.
물가 상승으로 화폐 실질 가치 하락…집값 상승 부담도
지난 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직장 선배가 결혼식 후 '10만원 내고 아내까지 데려와 밥 먹었냐'며 면박을 줬다. 나를 거지 취급하는 것인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축의금 논란이 재점화됐다.최근 들어 적정 축의금을 둘러싼 논란들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는 물가 상승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수년간 물가 상승률을 상회해 큰 폭으로 오른 집값도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의 화폐가치 계산기를 활용한 결과, 2022년 기준 3만원은 10년 전 2만5920원이었다. 5만원은 4만3200원이었고, 7만원은 6만480원, 10만원은 8만6400원이었다. 물가상승 배수는 0.864다. 단순 증가율로만 약 16%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109.28로 10년 전보다 16% 뛰었다.
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 부담도 커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13년 4분기 서울 가구소득은 4781만원이고 당시 주택가격은 3억63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 통계인 2022년 3분기 가구소득은 5701만원, 주택가격은 8억2875만원으로 늘었다. 10년간 월급이 19%(920만원) 오르는 동안 집값은 128%(4억6575만원) 늘어난 것이다. 이에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0년 전 7.6배에서 14.5배로 2배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너무 크게 오른 집값으로 축의금을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체감되는 액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반면 임금이 아무리 오른다고 하더라도 돈을 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이 계속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축의금 검색량은 고공행진 중
단어 검색량 지표인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에서 '축의금'에 대한 검색량은 지난해 10월 100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 기준으로 놓고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축의금'의 검색량은 결혼식 성수기인 4~6월과 9~10월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밀렸던 결혼식이 지난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관련 검색량도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결혼식 참석을 앞두고 적정 금액이 얼마인지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5만원을 적정 축의금으로 꼽은 이들이 10년 전이나 최근이나 가장 많았다. 지난해 4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만원이 48%로 가장 많았고 10만원이 40% 등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 2014년 결혼정보업체 가연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5만원(남성 39.4%·여성 35.3%)이 가장 많았고, 이어 3만원(남성 32.9%·여성 30.7%). 10만원 (남성 12.5%·여성 13.9%)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