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여전히 뜨거운 민간 고용지표 여파로 하락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소폭 하락 출발할 것으로 점쳐진다. 장중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국내 증시 하락 출발 전망
6일 국내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긴축 우려와 경기 불확실성 확대 영향 속에서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MSCI 한국 지수 ETF는 1.06%, MSCI 신흥 지수 ETF는 0.3% 각각 하락했다.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73.51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3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0.5%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들어 외국인 수급은 반도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하고 있다"며 "필리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 가까이 하락한 영향으로 차익매물 출회 압력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 결과에 따라 상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약세, 12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경계감 등 미국발 부담요인과 함께 주중 국내 증시 강세에 따른 단기 포지션 정리 물량에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며 "매크로가 불안하고 거래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테마주 투자는 보수적으로 실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가 비교적 크게 하락했고 고용지표가 너무 잘 나온 점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예정"이라며 "Fed의 기준금리 상단이 5%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수는 하방은 여전히 단단하나 추세 상승도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도체의 버팀목 역할은 긍정적이나 2차전지의 급락은 상승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삼성전자 4분기 잠정실적 발표…영업이익 반토막 전망
6일 장중 주목할 이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다. 경기침체에 따른 가전과 반도체 수요 위축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는 71조18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248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54.94% 급감할 전망이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42.42%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302조9845억원으로 전년보다 8.3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이 현실이 된다면 처음으로 연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2조2993억원, 영업이익 3193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14% 늘지만, 영업이익은 52.88%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 83조9093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세운 역대 최고 매출 기록(73조908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만큼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만 나오더라도 주가는 중립 이상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여전히 뜨거운 美 노동시장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미국인 수가 줄어든 반면 민간 부문 고용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였다.미 노동부는 지난주(12월 25∼3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만9000 건 감소한 20만4000 건으로 집계됐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2만 건을 하회한 결과로 최근 14주 사이 최저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69만 건으로 직전보다 2만4000 건 감소했다.
또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12월 미국 기업들의 민간 고용이 23만5000 개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5만3000 개)를 크게 상회한 것은 물론 전월 증가폭(18만2000 개)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대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4월 이후 최다인 15만1000 개의 일자리를 줄였으나, 500인 이하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당분간 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임금이 계속 큰 폭으로 올라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Fed가 가장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 증시 하락 마감
미국 증시가 민간 고용 지표 호조에 긴축 우려가 강화되며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339.69포인트(1.02%) 하락한 32930.08로 거래를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44.87포인트(1.16%) 밀린 3808.10으로, 나스닥지수는 153.52포인트(1.47%) 떨어진 10305.24로 장을 마쳤다.투자자들은 미국의 민간 고용 지표와 Fed 당국자 발언 등을 주시했다. 이날 발표된 민간 고용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준의 긴축 우려는 더욱 강화됐다. 에너지 관련주는 유가 반등에 2%가량 올랐고, 부동산과 유틸리티 관련주는 2% 이상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12월 중국 제조 차량 인도 실적이 전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3% 가까이 하락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인 실버게이트 캐피털의 주가는 고객 예치금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40% 이상 폭락했다.
■ 美 가상화폐은행, FTX 사태로 10조원 뱅크런
미국의 한 가상화폐 전문은행이 세계 3대 코인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신청 여파로 10조 원 규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에 직면하면서 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주의 디지털자산 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5일(현지시간) 81억 달러(10조3000억 원)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해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실버게이트가 공개한 작년 4분기 실적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개월 동안 가상화폐 관련 예금이 68% 감소했고, 뱅크런을 해결하기 위해 7억1800만 달러(9100억 원) 손실을 보고 일부 자산을 매각했다. 또한 비용 절감 차원에서 회사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200명을 해고했다.
한편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가상화폐 대부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네시스가 전체 직원의 30%를 정리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코인 가격 폭락과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다. 제네시스는 FTX 계좌에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233억 원)의 자금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