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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찾은 서울 서초동의 케어링 사무실. 책상에 모니터 두 대를 올려두고 헤드셋을 낀 직원들로 분주했다. 이들이 콜센터처럼 전화로 고객을 모집하고 응대하는 이유는 고객 대다수가 모바일 서비스보다 전화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모님의 요양 서비스를 찾는 50~60대는 여전히 전화를 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모바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쉽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화를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케어링의 꿈은 방문요양 서비스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에 촘촘한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실버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여생을 보내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라고 하는데 케어링은 AIP를 위해 지난해 8월 자회사 '케어링 커뮤니티케어'를 설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방문 요양 서비스뿐 아니라 통합재가를 위한 지역거점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현재 3개의 커뮤니티케어 센터를 운영중이며 연내 10개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 및 대구와 인천 등 3개 센터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케어링 커뮤니티케어의 박성복 대표(사진·39)는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5년 내에 전국 100여 곳의 지역거점 요양 인프라를 만들 계획"이라며 "타 서비스와 달리 전 지점을 직영으로 운영해 시니어 산업의 스타벅스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오프라인 요양 인프라 구축
그간 요양 서비스의 한계는 명확했다.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전국 2만여 개의 방문 요양 업체 및 주간보호센터의 90% 이상이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자연히 100평 이하의 소규모 시설에서 영세하게 운영됐다. 이 가운데 케어링은 규모의 경제로 차별화 꾀할 방침이다. 전국 거점 지역에 대형 커뮤니티센터를 만들어 수요자가 원하는 통합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최소 250평 이상의 대형 센터를 지역구마다 만들어 사업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서비스로 성장한 회사이지만 케어링이 센터 설립에 주력하는 이유는 업의 본질 때문이다. 어른들을 직접 보고 관리하는 '휴먼터치'가 요양 사업의 핵심이기에 오프라인 접점은 필수였다.
작년 8월 케어링에 합류한 박 대표는 부산에서 3곳의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주간보호센터를 보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에 그는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요양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커뮤니티케어로 오프라인 거점을 구축하려는 케어링과 뜻이 맞아 함께하게 된 것. 김태성 대표를 만나고 "부산에서만 하던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해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게 박 대표의 이야기다.
요양 사업에 뛰어들기 전 그는 여의도에서 자산운용사로 근무했다. 월급은 많이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허함을 느꼈다. 의미있는 일이 찾고 싶었다. 박 대표는 "타인의 수백억 자산을 관리하고 내일의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일보다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다는 사명감이 내겐 더 큰 원동력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어 "사업 아닌 사역이라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더 큰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케어링을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요양 종사자 처우 개선
케어링 커뮤니티케어와 일반 주간보호센터의 가장 큰 차이는 직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구조다.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라는 책에 영감을 받은 박 대표는 센터 입소 상담부터 위기 시 대응까지 모든 것을 메뉴얼로 만들고 있다. 향후 100개가 넘는 센터를 직영 운영하려면 균등한 퀄리티의 서비스가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인력 대다수를 직고용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방문요양 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케어링과 자회사인 케어링커뮤니티케어는 약 500명의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케어링 커뮤니티케어는 장애인 안마사까지 직고용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급 인상도 단행했다. 요양보호사의 시급이 기존 1만3000원에서 최대 1만3750원으로 인상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42.9%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처우가 열악했던 요양 종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스타트업다운 수평적인 문화, 스톡옵션 제공 등 다양한 혜택으로 젊은 복지사들에게 동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대부분이 40~50대인 다른 센터와 달리 케어링 커뮤니티케어 센터장과 복지사들은 20~30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어르신이나 보호자들이 케어링 센터에 방문하면 생각보다 젊은 분위기에 다들 놀란다"며 "산업이 잘 되려면 인재가 몰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직원들에게 대우를 잘해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회사는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중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들을 위해 비대면 진료와 방문진료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2~3개월마다 대학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만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불편한 거동을 무릎쓰고 병원을 가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수요자 중심의 요양 서비스를 위해 의료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치매관련 인지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용자의 치매 개선에 힘쓰고 있다.
향후 2~3년 간은 인프라 구축이 주요 현안이다. 향후 이들 모두가 네트워킹이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머스 사업 등을 추가해 수익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복지 사업이 그저 시혜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성장해 요양 업계 대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링이 어렵게 가는 이유
케어링이 요양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산적한 과제가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업계 인지도를 높여야 하지만, 동시에 질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업의 특성상 효율화하거나 복제와 확장이 어렵다는 점이 큰 난관이다. 서비스 이용에 세금이 들어가는만큼 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여러가지 행정적, 절차적 규제 또한 창의성을 발휘하게 어렵게 한다. 케어링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동시에 풀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비전 중 하나가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푼다는 겁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효율화, 단순화하기 어려운 영역이 분명히 있고, 이 분야가 그렇습니다. 그만큼 요행을 바라지 않고 진정성있게 접근하자는 철학이 저희가 가진 최대 강점이죠.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