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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첨단 업종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본 기업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서 다소 초라한 성적을 받았죠.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면서 일본 유망 스타트업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일본 스타트업 동향을 소개합니다.
이번 CES 시작은 일본 스타트업
지난 3일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의 포문은 일본 스타트업들이 열었다. 이번 CES의 공식 첫 행사 '론치IT'에서 일본 유망 스타업 10곳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렸다. 해당 행사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지원을 받는 일본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뽐내는 일종의 데모데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JETRO는 한국의 KOTRA와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다. 매년 300~400곳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JETRO는 이번 CES2023에서도 유레카 파크에 부스를 차리고 36곳의 일본 스타트업을 해외 홍보도 돕는다. 유레카 파크는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뽐내는 특화 전시장이다.
처음으로 발표에 회사는 웨어러블 보조기기 업체 아킬레였다. 이 회사는 공장 노동자나 설거지 등 장시간 일어선 채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앉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다리에 착용하면 겉보기엔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엉덩이와 허리를 받쳐 줘 앉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기가 나는 비디오 플랫폼을 개발한 아로마조인도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한국인 창업자인 김동욱 대표가 설립했다. 기존 영상물에 회사가 개발한 디바이스를 연결해 향기를 입힐 수 있는 구조다. 커피나 오렌지, 샴푸 등 수백 가지 기존 향을 입히거나 자유롭게 조합해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타트업 코마는 초소형 전기 바이크를 개발했다. 올해 정식 출시를 앞둔 이 제품은 전장이 약 1.2m 수준에 불과하다. 접을 수 있어 휴대하기 편하다. 최대 시속 30㎞로 달릴 수 있고, 3시간 충전으로 50㎞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유카 히라사와 JETRO 코디네이터는 "혁신을 이끄는 일본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JETRO은 3일 ‘CES 언베일드' 행사를 통해서도 일본 스타트업 13곳을 소개했다. 5일에는 '쇼스톱퍼' 행사를 통해서는 일본 스타트업 20곳의 대기업 관계자와 미팅, 언론사 인터뷰 등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최근 일본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CES에서 일본 스타트업이 주목받은 것도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5년 뒤인 2027년까지 10조 엔(약 95조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은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인재를 해외에 파견하는 사업의 대상 인원은 기존 연간 20명에서 향후 5년간 1000명으로 늘린다.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팔아 스타트업에 재투자할 경우 매각 이익을 비과세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대학의 스타트업을 늘리기 위해 학교당 1개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규모도 늘었다. 일본 스타트업 정보지 ‘이니셜 재팬’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일본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총액은 4160억엔에 달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KOTRA에 따르면 일본 현지에서는 일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이 증가한 주된 이유로 '우량 스타트업들의 IPO 연기'로 분석하고 있다. 주식시장 등 공개 시장의 증시 불안으로 개인 투자금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작년 상반기 투자금을 가장 많이 조달받은 상위 10개 사의 일본 스타트업 대부분 시리즈 C와 D 단계였다.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은 각종 계약서 검토 서비스업체 리걸포스였다. 리걸포스는 소프트뱅크, 골드만삭스, 세콰이아 등으로부터 시리즈D에서 137억엔을 투자받았다. 변호사 2명이 2017년에 설립된 리걸포스는 작년 3월 기준 20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위해 추가 대책도 내놨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일본공적연금(GPIF)을 활용하기로 했다. GPIF의 운용자산 규모가 작년 3월 기준 196조엔에 달한다. 세계 최대 연기금이다. GPIF는 작년 하반기에 벤처캐피털(VC) 조성한 펀드를 통해 수천만달러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일본이 최근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경제 규모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유니콘 1174개 중 일본 스타트업은 11개에 그쳤다. 미국 628개, 중국 174개, 인도 68개, 한국 23개 등과 비교해 유니콘 수가 적다. 반면 2021년 기준 일본의 경제 규모(GDP)는 세계 3위였다. 강유선 동경 공예대학 공학부 교수는 “종신고용, 연공서열 등에 반발하는 일본 청년도 늘어나면서 일본 스타트업에 최근 유능한 인재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 한 가지 더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떨까
일본 다음으로 국가 경제(GDP) 규모 세계 4위인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떨까. KORTR가 지난달 내놓은 ;독일 스타트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정부도 자국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독일의 스타트업 업계 분석 보고서인 '독일 스타트업 모니터(DSM)'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의 스타트업 수는 1976개였다. 해당 업에서 4815명의 창업자와 3만4539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22년 독일 스타트업들의 본사는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에 가장 많았. 다음은 베를린, 바이에른, 바덴-뷔템베르크 주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기술 분야가 29,7%로 가장 많았다. 평균 기업 업력은 작년 기준 2.8년이었다.
작년에는 다양한 요인으로 스타트업 창업이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 인플레이션 등으로 스타트업 창업 수가 작년 3분기에는 1년 전보다 30% 감소했다. 앞서 2분기에는 15% 정도 줄었다.
최근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의 눈에 띄는 창업 트렌드는 친환경과 AI다. 독일 스타트업 모니터(DSM)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스타트업의 46%가 녹색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AI가 회사 운영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1%에 달했다.
독일 정부도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 스타트업 모니터(DSM)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해 전문 인력 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설립 절차도 간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스타트업 모니터(DSM) 조사에 따르면 독일 스타트업계 종사자의 90% 가까이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행정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주완/김종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