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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돈 몰리는 '실버테크'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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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입니다. 미국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코엔 형제 감독이 2007년 만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요. 영화는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가혹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노인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투자 혹한기에도 국내외 실버테크 스타트업에 잇따라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이어지면서 실버산업에 디지털전환(DX) 변화가 일어난 덕분입니다. 지난해 투자받은 글로벌 실버테크의 특징을 한경 긱스(Geeks)가 살펴봤습니다.




글로벌 벤처투자 혹한기에 실버테크(노인+기술) 스타트업이 잇따라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실버산업(또는 실버 이코노미)'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버시장은 헬스케어 제품뿐만 아니라 주택, 음식, 레저 및 관광, 운송 같은 다양한 산업을 포괄한다.

특히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 해소하는 서비스를 비롯해 디지털 전환(DX) 이끄는 간병서비스, 노인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에 벤처캐피털(VC)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건강한 노화' 겨냥한 실버 이코노미

유엔 인구국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중은 현재 9.4%에서 16.5%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6억명을 돌파하게 된다.

국가별로 최대 실버시장은 미국이다. 월드데이터랩에 따르면 미국 실버시장은 2025년 약 3조5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도 동아시아 3국을 중심으로 실버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에이징아시아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아태 지역의 실버시장은 2025년까지 4조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60세 이상의 6억2000만명에게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2조6109억달러, 일본 8843억달러, 한국 2897억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실버시장은 '건강한 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가와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의료비도 치료 보단 예방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사람 중심의 양질의 간병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유엔이 2021~2030년을 '건강한 노화 10년'으로 선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유엔 총회는 △노화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변화하고 △노인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사람 중심의 통합 치료 및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장기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4가지 영역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돈 몰리는 시니어케어 플랫폼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16.5%로 853만7000명에 달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실버시장에선 요양 및 간병 중개 등 시니어케어 플랫폼에 벤처 업계의 뭉칫돈이 몰렸다. 케어링은 지난해 9월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 최초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반열에 올랐다. 한국시니어연구소와 케어닥도 2021년 진행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각각 200억원, 100억원을 유치했다.

이들 시니어케어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보호 등급을 받은 노인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를 매칭해주고 요양보호사들이 방문해 목욕,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조하는 차별점은 각기 다르다. 케어링은 지역 거점 요양시설 설립에 나섰고,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요양시설 운영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재가요양 서비스의 DX를 돕는다. 노인요양시설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케어닥은 방문요양센터 직영점 10곳을 기반으로 파트너점을 확대하고 있다. HMC 네트웍스는 간병인 중개 앱 '케어네이션'을 기반으로 데이터에 강점이 있다.

복지 용구 유통도 DX로 진화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맞춤형 복지 용구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로는 티에이치케이컴퍼니의 '이로움', 그레이스케일의 '그레이몰' 등이 있다.

싱가포르에선 노인영양식 분야도 주요 실버시장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푸드테크 실버커넥트는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 및 환자를 위한 식단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정부가 식품 제조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출범한 '푸드이노베이트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노인 식사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재가요양 DX 이끄는 글로벌 스타트업

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노인 대상 간병 시장을 키우고 있다. '돌봄 경제(Caring Economy)'를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정과 지역사회 기반 메디케이드(공공건강보험) 서비스(HCBS)에 4000억달러 규모 간병 인프라 확충을 발표했다.

HCBS 관련 실버케어 스타트업도 잇따라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대 질환자 대상 원격 치료플랫폼 하모나이즈(Harmonize)와 노인 주택을 안전하게 개조해주는 스타트업 루비(Ruby)도 각각 1380만달러, 290만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원격진료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디스패치헬스(7억3320만달러 투자유치)다. 홈케어 제공업체를 찾기 위한 기술지원 플랫폼 아너(6억2500만달러), 가정간호 환자 데이터 관리 및 모니터링 플랫폼 알라야케어(2억9340만달러)도 뭉칫돈을 투자받았다.

초기 스타트업으로는 노인과 간병인을 위한 음성 인식 의료 경보 시스템 제공업체 알로에 케어헬스(500만달러), 노인 간호를 위한 메시징 앱 세레니티인게이즈(240만달러), 노인 케어 관련 모든 정보를 한데 모은 그레이스(340만달러)가 있다.

사회적 고립감 해소하는 솔루션에 주목

노후에 겪는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 역시 VC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노인과 대학생의 면대면 만남을 지원하는 미국 매칭 플랫폼 '파파'는 타이거글로벌 등으로부터 2억4120만달러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반열에 올랐다. HCBS 실시로 의료 및 고용 보험 지원을 받는 등 수혜를 입었다. 파파처럼 대학생과 노인의 사회적 관계를 연결하는 스타트업 몬아미도 최근 340만달러 규모 시드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




파파와 몬아미가 대면 관계를 통해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한다면, 로봇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서비스도 있다. 일본 유카이공학이 출시한 가정용 로봇 '보코 에모'는 요양원에 있는 노인과 대화를 통해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국내에선 서비스 로봇 기업 알지티는 외식 업장을 중심으로 제공했던 서빙 로봇을 노인 요양시설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계열사로 영유아 스마트 알림장을 운영하는 키즈노트는 최근 요양시설과 가족 간 소통을 돕는 '패밀리노트'를 출시했다.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아이엠'을 운영하는 모노랩스는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에 전격 뛰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세곡동주민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4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건강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수기 임대업체 청호나이스와는 합작법인(JV) 하이플래닛을 설립해, 집안의 정수기를 점검하는 ‘플래너’를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오프라인까지 연계한(O2O)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여가와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소비시장도 부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진 노인을 일컫는 신조어 '그랜인플루언서(할머니·할아버지+인플루언서)'가 생길 정도다.

로쉬코리아는 50·60대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시소'를 운영한다. 문화, 여가, 취미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고 오프라인 체험을 제공한다. 바인드는 골프, 등산, 낚시 등 시니어 레저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애슐러를 운영하고 있다.

내이루리가 운영하는 '옹고잉'은 시니어 배달원을 고용해 정기배송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고령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노인성 질환 진단과 맞춤형 치료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잇따라 투자금을 유치했다.

치매 예방 진단앱 실비아를 운영하는 실비아헬스는 이달 초 끌림벤처스, D3쥬빌리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 시리즈 A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디지털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하이는 지난해 11월 KB증권, 캡스톤파트너스, CJ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범불안장애(엥자이렉스) 경도인지장애(알츠가드) ADHD(뽀미) 근감소증(리본) 노인성난청(히어로) 등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 이모코그는 지난해 3월 15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벤처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녹십자, SV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터마인드는 어르신 말동무 인형 로봇을 이용해 이용자의 우울증 및 치매를 조기 발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하나벤처스로부터 지난해 6월 1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받았다. 시니어 개인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 '노리케어'를 운영하는 리브라이블리도 더벤처스 등으로부터 지난해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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