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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함·항공기 겨냥 115발 퍼부었다…해군 기동훈련 4년 만에 전면 공개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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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준비"

함장 김국환 대령의 지시에 따라 을지문덕함(DDH-1, 3200t급 구축함) 선수의 포신이 정면에서 우현 방향으로 휙 돌아갔다. 함교 승무원들은 긴장된 얼굴로 후속 지시를 기다렸다. 마침내 내려진 사격 개시 명령. 127mm 포가 불을 뿜었다. 굉음이 울리며 선체가 통채로 흔들렸다. 뒤따르던 호위함 경기함(FFG-Ⅰ, 2500t급)과 홍시욱함(PKG, 450t급), 신형 고속정 211호도 "꿍"하는 소리를 내며 차례대로 발포했다.

해군이 지난 4일 한반도를 둘러싼 전 해역에서 동시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1·2·3함대 소속 함정 총 15척과 항공기 4대가 참가했다. 전체 해군의 3분의1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해군의 전 해역 기동훈련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4년 만이다.

2함대 훈련은 오전 9시께 지휘함인 을지문덕함이 평택항에서 뱃고동을 울리며 시작됐다. 목적지는 태안반도 서쪽 80km 지점. 한국과 중국 산둥반도 사이의 바다를 3등분했을 때 한국 쪽 3분의1 부근이다. 함대는 평택협수로를 따라 시속 30km 이하 속도로 조심히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지휘는 을지문덕함 함장 김 대령이 맡았다. 임관 이래 해군에서 26년 복무한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북한 상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자 경고사격을 가해 이북으로 몰아냈다. 13년 전 연평도에서는 북한 포격에 맞서 일선 부대를 지휘했다.

김 대령은 최근 서해 북한 선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이번 훈련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무인기 등으로 연이어 도발해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시됐다. 김 대령은 "적이 도발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응징해 현장에서 작전을 승리로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함대가 작전 구역에 도착한 오후 1시반께. 함내에 "30분 뒤 헬기가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전파됐다. 해상작전헬기 AW-159가 착함(着艦) 훈련을 위해 평택 2함대 본부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착함은 이동하는 함선의 속도와 풍향에 맞춰 함미 갑판에 기체를 내려야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어느새 AW-159가 '두두두두'하는 날개 소리를 내며 함미 옆으로 따라붙었다. 잠시 수면 위에서 물보라를 피워올리며 떠 있던 기체는 서서히 을지문덕함과 속도를 맞췄다. 기체는 대각선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사뿐히 갑판에 앉았다.



곧이어 2함대는 전술기동훈련을 실시했다. 흩어져있던 함선들이 하나둘씩 을지문덕함 뒤로 모여들었다. 경기함과 홍시욱함, 신형 고속정이 500m 간격으로 나란히 지휘함 뒤에 섰다. 함미에서 봤을 때 바로 뒤 함선밖에 안 보일 정도로 똑바른 일직선을 유지했다. 이들은 함장 지휘에 따라 을지문덕함 우현 방향으로 일제히 뱃머리를 돌렸다. 을지문덕함이 날개를 펴듯 오른쪽으로 함선들이 늘어섰다. 함대는 4가지 대형을 실시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훈련의 대미는 대함·대공 사격이었다. 적 함선과 전투기·헬기·무인기 등 기체에 함대 화력을 일시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훈련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선원들은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다급히 전투 위치로 뛰쳐나갔다. 함체 쇠벽 너머로 '퉁 퉁 퉁'하는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지휘통제실(Command Control Center)과 함교 사이에서도 쉴새없이 무전이 오갔다. 사격 개시명령이 떨어지자 2함대는 해상과 공중 표적에 각각 20발과 12발을 쐈다. 동해에서 훈련하던 1함대는 대함 훈련에 15발, 대공 훈련에 60발의 화력을 쏟아냈고 3함대는 8발을 사격했다.


P-3C 초계기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사격이 마무리되자 훈련 종료를 선언했다. 이 총장은 지휘관들과의 교신을 통해 "끊임없는 훈련으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해군이 전대 해상기동훈련을 전 언론에 공개한 것은 4년 만이다. 해군은 2020년부터 국방부 산하 매체에만 특정 해역에서의 훈련 사실을 알렸다. 해군은 이번 훈련 기간 을지문덕함 동행 및 함내 보안구역인 지휘통제실 취재를 허가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을 언론에 전면 공개한 것은 군의 실전같은 훈련 모습을 국민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을지문덕함=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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