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국 등 선진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출범시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불러온 이번 위기 국면에서는 ‘각자도생’의 자국 우선주의가 두드러진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표하면서 유럽 등 동맹국의 불만까지 고조시켰다. 이 법안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미국의 통상 기조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국 산업 발전을 최우선으로 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올 1분기 안에 유럽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핵심원자재법’을 마련해 IRA에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화된 에너지 공급난도 자국 우선주의를 부채질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자 일부 유럽 국가는 천연가스 수출을 줄였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등 곡물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원유 시장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 감산을 밀어붙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역환율 전쟁이 화두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긴축에 나섰다. 지난해 초 연 0.25%에 불과했던 미 기준금리는 연말 연 4.5%로 높아졌다. 이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과도한 긴축은 개발도상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Fed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후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결속력도 약해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정상이 대거 불참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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