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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 거장 빅토르 위고 동상에 '페인트칠'…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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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상이 인종 논쟁에 휘말리며 페인트 테러를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위고의 출생지인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프랑슈콩테 브장송 시청 앞에 세워진 그의 동상이 최근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브장송시는 위고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3년 '세네갈의 로댕'으로 불리는 유명 조각가 고(故) 우스만 소우(2016년 작고)가 제작한 위고의 동상을 시청 앞에 세웠다.

시는 세월이 흐르면서 동상이 녹슬고 낡자 지난해 11월 전문가를 고용해 동상 복구 작업을 했다.

브장송 시청은 동상 복구 작업 완료 소식을 알리면서 "소우의 원본 작품을 반영해 조각상을 복원했다"면서 "그는 색을 입힌 것을 좋아했고, 청동 그대로 상태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상 속 위고의 얼굴이 일반적인 프랑스 백인의 얼굴색에 비해 어두운 갈색으로 칠해져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위고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비평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빅토르 위고가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으로 바뀌었다"고 비꼬았다.

소우의 부인 베아트리스 술레도 브장송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각상 복원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빅토르 위고가 흑인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촉발된 논쟁은 일파만파 확산했고, 브장송 시청에는 동상 복구 작업에 대한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NYT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면을 쓴 남성들이 위고의 동상 얼굴에 흰색 페인트칠을 하는 테러도 벌어졌다.

이 남성들은 온라인상에 훼손한 위고 동상의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흰색으로 칠했다. 이로써 위고는 진정한 프랑스인, 브장송 출신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안느 비뇨 브장송 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프랑스에서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담론이 무기화된 것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이민 문제와 인종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병폐와 위기를 보여준다"면서 "나는 언제나 차별과 맞서 싸울 것이고, 내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거듭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파 정치인들은 녹색당 소속인 비뇨 시장이 프랑스의 영웅 위고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소르본 파리 노르대에서 현대 문학을 연구하는 그자비에 로랑 살바도르 부교수는 이번 사건을 인종 중심의 관점을 강요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인종과 민족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강조해 인종 구분에 따른 판단을 지양하는 '인종불문주의'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브장송시와 동상 복원 작업자가 이를 왜곡해 역으로 인종 중심적인 관점을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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