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2일 15: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저가항공사(LCC)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가 ㈜성정으로 변경된 후에도 신규 항공 면허 발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기업가치가 갈수록 떨어지자 저가에 경영권을 인수할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시작된 이스타항공의 수난이 이번에는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허 발급 지연되자 이스타 재매각 나선 ㈜성정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최대주주인 ㈜성정이 보유한 지분 100%다. 성정은 2021년 11월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성정을 대주주로 맞은 후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했다. 6월께 재운항을 목표로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 절차를 밟는 등 영업 재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2021년 11월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본잠식 사실을 숨기는 등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해 AOC 발급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냈지만 국토부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압박하는 등 면허 발급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국토부가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과 ㈜성정과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성정은 지난해 8월 국토부 장관정책보좌관 출신으로 대외협력 분야 전문가인 김문권씨를 ㈜성정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지난해 11월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로 투입했다. 이후 김 대표를 중심으로 투자유치를 추진해오던 중 VIG파트너스와 단독 협상으로 진행됐다.
항공기 '3대'뿐인 이스타, 회생 가능할까
VIG파트너스는 사업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싸게 인수할 기회로 판단해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항공 운항이 중단된 채 매달 수십억원의 고정비를 지출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인수 대금의 대부분을 신주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다.VIG파트너스는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VIG파트너스의 크레딧 투자 부문인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은 여행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52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여행업과 항공업간 시너지를 통해 리오프닝 시기에 회사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VIG파트너스가 오랜기간 영업이 정지됐던 이스타항공을 회생시킬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B737-86N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업회생을 겪으면서 항공기 숫자가 19대 줄었다. 경쟁사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실시한 유상증자 대금 6000억원을 활용해 현재 40대인 항공기 숫자를 순차적으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 항공이 새 주인을 맞아 경쟁사와 맞먹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