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배력을 둘러싸고 이 회사 최윤범 회장 일가(우호 주주 지분 등 합계 29.14%)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31.95%)의 지분 경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두 가문의 지분 경쟁은 고려아연 이사진 과반수가 바뀌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더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 일가가 장악한 이사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장 회장 일가가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회 구성원 11명 가운데 6명 임기가 오는 3월 24일 만료된다. 최창근 명예회장과 노진수 부회장, 백순흠 부사장 등 사내이사는 물론 한철수·김의환·김보영 사외이사 임기가 끝난다. 이들을 비롯해 11명의 이사진은 회사 경영을 맡은 최윤범 회장 일가에 우호적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재선임되거나 일부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6명의 이사 후보 선임을 위한 안건을 올릴 전망이다.
장형진 회장은 최씨 일가가 쥐고 있는 이사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주총에서 표 대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 회장 일가가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경우 두 가문은 표 대결이 본격화되는 등 갈등 양상도 겉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 같은 표 대결 분위기는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지분매입 경쟁에서도 일부 포착됐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의 형태로 지난해 다수의 우호 주주를 확보했다. LG화학(지분 1.97%), 세계 2위 원자재 거래기업인 트라피구라(1.55%), ㈜한화(1.2%), 한국투자증권(0.80%) 한국타이어(0.78%), 조선내화(0.20%) 등이다. 최 회장의 모친인 유중근 전 대한적집자사 총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영풍정밀은 지난달 27일 고려아연 주식 350억원어치를 매입해 지분율을 1.92%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 회장 친인척과 우호 주주 지분은 29.14%에 달했다.
장 회장 일가도 지난해 들어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현재 31.95%를 보유 중이다. 장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테라닉스,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 등은 지난해 9~12월에 고려아연 주식 1318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다.
동업을 하며 회사를 이끌어온 양측이 지분경쟁과 표 대결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 회장의 신사업 전개가 꼽힌다. 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재생·그린수소 에너지와 2차전지 소재산업, 리사이클링 자원순환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금을 외부에서 유치하는 등을 놓고 장 회장 일가와 불협화음이 생겨 관계가 틀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장 회장 일가가 최 회장 일가보다 고려아연 보유 지분이 2.8%포인트가량 더 앞선다. 하지만 장 회장 일가가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려아연 지분 8.75%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가 표 대결이 벌어졌을 경우 판세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다.
기관은 최 회장 일가에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놓고 기관의 기대가 높아서다. 여기에 트라피구라 등 글로벌 업체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용한 가풍으로 유명한 장 회장 일가가 표 대결 전개 때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