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크루즈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의 고사 상태다. 2015년(연간 이용자 105만 명)까지 성장을 이어갔으나 그 후 내리막 길을 걸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고 고령인구가 늘수록 크루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의 크루즈 정책은 해외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집중돼 있다. 이에 반해 크루즈 내수 확대, 크루즈선사 육성, 연안 크루즈 여건 조성, 크루즈 조선 및 기자재 산업 지원 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연관산업의 고용 확대 등 근본적 크루즈산업 진흥 정책은 미흡하다. 한국은 조선 세계 1위, 해운산업 세계 7위의 해양강국임에도 정작 해양산업의 꽃인 크루즈산업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크루즈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크루즈선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형 크루즈 상품 또한 크루즈 선박 건조와 연계해야 한다. 한국형 크루즈 선박 건조는 대형보다는 중형 규모 선박이 바람직하다. 5만~8만t의 중형 사이즈로 객실 수 1000~1200개 정도의 크루즈선이 적절할 것이다. ‘바다를 떠다니는 호텔’ 크루즈선은 국내 인테리어산업과 가구산업 등에 큰 자극을 줄 것이다.
문제는 크루즈선 건조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운반선인 LNG선이 2억6000만달러, 컨테이너를 2만4000개 적재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1억8000만달러인 데 비해 크루즈선은 10만t 이상의 경우 8억달러고 중형인 5만~8만t짜리도 5억달러 정도다. 금융 지원에는 해양수산부가 진행하고 있는 선박투자회사 설립을 통해 투자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거나 국민펀드를 조성해 연관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외국의 크루즈 발전 사례 중 대표적인 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이다. 1992년 올림픽 때 세계 크루즈선 15척을 선상호텔로 사용해 숙박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이때 세계 크루즈선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유치를 홍보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이를 통해 해양도시 바르셀로나를 세계에 인식시켰다. 올림픽 이후에는 바르셀로나항을 유럽 지역과 북미 지역, 아프리카 지역에 포괄적으로 크루즈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항으로 개발했다.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다. 2030 부산 월드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부산을 동북아시아 지역의 크루즈 모항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글로벌 크루즈선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엑스포 기간 중 선상호텔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기간에도 도하 항구에 MSC선사의 크루즈선 3척이 정박해 5000개의 객실을 제공했다. 2030 부산 월드엑스포가 열릴 부산 북항 일원의 수역 면적을 고려할 때 최소 5척 정도의 크루즈 선박을 해상호텔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엄청난 연구 투자로 얻어지는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전통산업 중에서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도 첨단산업이다. 이제까지 유럽 조선소가 독점하던 크루즈선 건조도 우리 조선업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건조하는 크루즈선에 우리의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실내 디자인과 건축 양식으로 차별화해 나갈 수 있다. 또 연관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크루즈산업이 2030 부산 월드엑스포에 기여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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