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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기 쉽네"…4억 번 직장인, 다 날리고 2억 손실 '멘붕'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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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4억원 플러스였던 주식 계좌가 이젠 마이너스 2억이 됐습니다. 돈 좀 벌었다고 시장에 오만했던 제 자신이 후회스럽네요”

테슬라 주가가 11% 넘게 급락한 지난 27일(현지시간). 국내 온라인 테슬라 투자 커뮤니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난 10월 이후 지속된 하락장에도 테슬라 투자를 옹호했던 일부 강성 지지자들도 이날은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다행히 하루 지난 28일 8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100달러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은 여전합니다.

27일 테슬라 종가 109.1달러는 2020년 9월 주가 수준입니다. 지난 2년간 두 번의 주식분할 및 S&P500지수 가입, 흑자전환, 차량 연간 100만대 생산, 베를린·텍사스 신공장 개장 등의 호재로 쌓아 올린 주가가 모래성처럼 무너졌습니다. 국내 테슬라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들어온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2년 넘게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서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 믿으면 금세 부자 된다"
2020년 6월부터 테슬라 투자를 시작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증권 앱을 열기가 두렵습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테슬라 및 머스크 관련 영상을 보고 테슬라 투자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내까지 설득해 여윳돈을 계속 투자한 게 어느새 1500주입니다. 다른 주식은 보지 않고 오직 테슬라에만 ‘올인’한 결과입니다. 올해 초 그의 증권계좌 평가액은 6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한 주당 평균단가 170달러. 수익률은 130%가 넘었습니다. 당시 원화 가치(1달러 1200원)로 환산하면 7억2000만원입니다. 그는 투자 1년 반 만에 4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주식에 투자한 A씨의 동료들은 쓴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자신감에 찬 A씨는 동료들에게 계좌를 보여주며 “부자 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세기의 혁신기업 테슬라에 투자하라”고 얘기했습니다. 머스크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겐 “머저리가 뭘 안다고, 역시 아무나 부자가 되는 게 아니구나”라며 속으로 혀를 찼습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계속 하락할 때도 A씨는 느긋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는데 그동안 급등한 주가를 감안하면 조정은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주변에 “연말 머스크가 약속한 자율주행 프로그램인 FSD베타가 출시되면 ‘공매도 대학살’이 벌어진 2020년 말처럼 숏스퀴즈(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되사들여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지난 6월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선을 횡보할 때 집중적으로 추가 매수했습니다. 어느새 그의 계좌엔 테슬라 주식이 1800주로 불었고 평균 단가는 200달러로 올라갑니다.


장기 투자자마저 계좌 ‘파란불’
‘테슬람’ A씨의 투자 심리가 흔들린 건 지난 10월 이후입니다. 머스크가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자 처음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 인수 이후의 행보도 불안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중도층 A씨는 머스크의 잇따른 공화당 지지 발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노조, 코로나 봉쇄, 보조금 문제 등에 비협조적이었다 해도 엄연한 정부 여당인데 왜 굳이 적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닥 모르고 추락한 주가는 지난달 A씨의 평단마저 깨뜨렸습니다. 27일 종가 기준 A씨의 평가손실은 16만달러가 넘습니다. 원화로 2억원에 달하는 손실입니다. 2년여 투자 기간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본 셈입니다. A씨는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건 악재임에도 추가 매수로 대응한 게 뼈아픈 실책이었다”며 “일부 테슬람들처럼 빚을 내서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의 증언처럼, 테슬라 투자자 중엔 주식담보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을 쓴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평균 단가가 낮은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기 추가매수를 위해 빠르게 자금을 동원하는 방법입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그러나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주가 상승기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하락기엔 주식을 헐값에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증권사에선 반대매매를 하기 전 담보 비율을 맞출 추가 증거금을 요구합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마진콜’입니다. 최근 테슬라 투자 커뮤니티에서 “마진콜 위험 때문에 피 같은 테슬라 주식 일부를 정리했다”라거나 “담보 비율을 낮춰달라”는 말이 도는 건 이 때문입니다.


테슬라 투자 유튜버들도 ‘뭇매’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중 유독 테슬라를 사랑했던 건 ‘테슬라 유튜버’들의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매일 테슬라 관련 뉴스를 전하고 분기 실적발표나 AI 데이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땐 동시통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몇 개만 구독해도 웬만한 미국 개인투자자 못지않은 테슬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유튜버는 본인의 계좌까지 공개하며 ‘유료 회원’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수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상승가도를 달리던 테슬라 유튜버들도 급락장이 오자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평소 ‘돈생걍사(돈 생기면 그냥 사라)’를 전파하던 구독자 13만명의 인기 유튜브 채널 M에도 항의성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테슬라 주식을 팔지 않았다는 증거로 계좌를 인증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댓글로 “투자는 본인 책임인데 유튜버에게 개인 계좌까지 공개하라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유튜브 방송을 중단한 T씨는 주주들의 항의 메시지에 “올해는 조심해야 하는 해라고 분명 말했다”고 항변했습니다.


바닥은 어디쯤일까
테슬라 주가는 지난 28일과 29일 이틀 연속 오르며 120달러선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급락 직전인 200달러선까진 갈 길이 멉니다. 현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인지, 100달러 밑의 무서운 지하실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테슬라 주가에 낀 거품은 상당 부분 걷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는 주가가 정점을 찍은 작년 말 주가수익비율(PER)이 1000배를 웃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PER은 36배 수준까지 쪼그라 들었습니다. 지난 23일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2023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로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실적 전망도 견조합니다. 월가에선 향후 2년간 테슬라 매출과 순이익이 연평균 38%와 3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의 테슬라 평균 목표주가는 246달러입니다.

물론 비관론도 있습니다. 존 로크 22V 리서치 수석 전무이사는 “기업 펀더멘털을 빼고 차트로만 보면 테슬라 주가는 100달러선까지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가격은 내년 이 회사 예상 수익의 17배로 S&P500 기업 평균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자동차 소비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와 머스크의 직원 격려 이메일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주가가 반등했다”며 “하락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내년 1월 25일 예정된 올해 4분기 실적발표가 테슬라 주가 향방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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