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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 부족 우려에…종근당·한미 생산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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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초 일선 약국에 종근당이 만든 처방용 아세트아미노펜 ‘펜잘’ 1000만 개가 공급된다. 일부 지역에서 해열제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그동안 이 약의 생산을 위탁했던 종근당이 직생산에 나섰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초저가 약가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이런 사례는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휴가 반납하고 생산 나선 종근당
29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전날 자체 생산한 500개들이 ‘펜잘8시간이알서방정’ 2만 병을 출하했다. 이 물량은 대한약사회를 통해 다음달부터 일선 약국에 한 병씩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종근당은 그동안 이 약의 생산을 중견제약사 제뉴파마에 맡겼다. 최근 종근당 천안공장 일부 라인을 조정해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 위탁생산보다 직생산하는 게 공급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도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정부의 SOS’에 화답한 것이다.

종근당은 지난 28일부터 직원 동계휴가에 들어갔다. 공장 직원들은 펜잘 생산라인을 완전가동하기 위해 연말 휴가 일정도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 국장이 제약사 사장들을 만나 물량 확대를 요청했다”며 “수익성 높은 기존 제품 라인을 빼야 하기 때문에 내부 검토 끝에 소량만 추가 생산하거나 거절한 곳도 많다”고 했다.
○한미약품·부광약품 등도 동참
한미약품 부광약품 코오롱제약 등도 생산 확대에 동참했다. 정부는 그 대가로 이달 초 이 약의 건강보험 약가를 한 알당 50~51원에서 80원대로 60% 넘게 올렸다. 업계가 요구했던 적정 약값은 100원 선이었다. 수익성을 맞추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 요청에도 많은 제약사가 난색을 표한 이유다.

지난달 21~27일 1253만 정 공급된 이 약은 약값 조정 후인 11월 28~12월 4일 3170만 정으로 공급량이 급증했다. 이후 다시 감소세다. 올해 아세트아미노펜 공급 불안정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줬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국내 해열제 수요가 누적된 데다 중국이 봉쇄를 풀면서 세계적으로 단기 수요가 급증했다. 글로벌 공급난에 원료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대표 제제인 ‘타이레놀’을 국내에서 만들던 얀센은 지난해 말 화성 향남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내 모든 생산라인을 철수했다.
○‘팔아도 손해’ 초저가 약
수요가 급등하면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건강보험 시장에서 유통되는 약값은 정부가 정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특허가 끝난 대표 초저가 약이다. 적정 마진을 챙길 수 없는 탓에 수십년간 해당 약의 원료를 생산하던 기업마저 등을 돌렸다. 국내에서 이 약의 원료를 만드는 곳은 코오롱제약과 하나제약뿐이다. 상당수는 중국과 인도산에 의존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열제 대란’으로 번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공급을 인도에 맡긴 미국은 인도가 사실상 건강주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비상시 제약사가 생산라인을 바꾸도록 정부가 수익을 보전해주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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