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대란으로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둔 에너지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한 EU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엑슨모빌은 28일(현지시간) 독일과 네덜란드 자회사를 통해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 일반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는 EU가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법적 권한을 초과한 부당한 조치라는 주장이 담겼다. EU 집행위원회 측은 "EU의 조치에 법에 반하는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케이시 노튼 엑슨모빌 대변인은 "유럽의 가정과 사업체들이 에너지 위기로 압박받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는 EU의 다른 조치는 문제삼지 않고 역효과가 심각한 횡재세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횡재세가 결국 투자를 위축시키고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며 비생산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엑슨모빌이 지난 10년간 유럽 정유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투자를 통해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립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노튼 대변인은 "향후 우리가 유럽 대륙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수십억 유로 규모의 신규 사업들에 대해 전면 재고할 계획"이라며 "엑슨모빌이 유럽에 투자할지 여부는 유럽이 사업하기에 얼마나 매력적이고 경쟁력이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횡재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투자 계획을 철수하겠다는 사실상의 경고장인 셈이다.
EU 집행위는 지난 9월 석유, 천연가스, 석탄 생산 및 정제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횡재세 명목의 '연대 기여금'을 한시적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EU 차원에서 세금 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해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란 판단에 따라 횡재세라는 용어 대신 연대 기여금이라고 명명했다. 해당 조치에 따라 EU 역내의 에너지 기업들에 대해 2018~2021년 매출 평균치의 20%를 초과하는 수익에 33%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오는 31일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EU는 이를 통해 250억유로(약 34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엑슨모빌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00억달러에 달한다. 엑슨모빌은 이달 초 투자자 설명회에서 "EU의 횡재세로 인한 자사 부담이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0월 엑슨모빌 등을 직접 거론하며 "석유업체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전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기업들은 그 돈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을 확대하는 데 쓰지 말고 증산을 위한 투자 확대에 써달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최근 엑슨모빌은 자사주 매입 규모를 200억달러 증액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