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으로 대표 ‘K푸드’로 자리잡은 불닭볶음면 덕에 삼양식품이 올해 4억불 수출을 달성했다. 한국의 매운맛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젊은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어보는 ‘매운맛 챌린지’가 인기를 끌었고 BTS 멤버들의 불닭볶음면 먹방(먹는 방송)으로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삼양식품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해외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최초의 인스턴트면 냈지만…
1961년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서 식용유 제조회사로 출발한 삼양식품은 1963년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면인 삼양라면을 내놨다. 하지만 1980년대에 농심이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1위 자리를 내줬고 2010년대 초반에는 오뚜기에 밀리기 시작했다.위기에 빠진 삼양식품을 구한 것은 불닭볶음면이다. 2012년 처음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신라면보다 매운 맛’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까르보불닭볶음면, 짜장불닭볶음면 등으로 라인업도 확장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K팝, K콘텐츠 확산으로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찾은 것도 불닭볶음면이었다.
SNS에서 매운맛 챌린지 등을 통해 불닭볶음면은 K푸드로 인식됐고 불닭 소스도 덩달아 많이 팔렸다. 그 결과 삼양식품의 해외 수출 실적은 2017년 1억불에서 올해 4억불을 넘기며 급증했다. 삼양식품의 수출물량 대부분은 불닭볶음면이다.
‘불닭의 어머니’ 김정수 부회장
삼양식품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만들어준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부회장은 1998년 IMF 금융위기 이후 삼양식품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패키지 디자인과 마케팅을 도맡았다.2010년대 초에는 불닭볶음면 개발에 참여해 직접 매운맛을 연구하고 해외 시장 진출 전략도 수립했다. 2018년 전인장 회장과 함께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며 잠시 경영활동을 중단했지만 2020년 10월 총괄사장으로 삼양식품에 복귀한 뒤에는 해외 사업에 집중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57%에서 올해 상반기 69.1%까지 확대됐다.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 기지 없이 국내 공장에서 불닭볶음면을 생산해 수출한다. 삼양식품이 국내 라면 수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유다.김정수 부회장은 29일 본사에서 진행된 ‘삼양식품그룹 경영 컨퍼런스’에서 해외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주식(主食)부문 글로벌 100대 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핵심사업 강화,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브랜드 가치 증대, 미래식품사업 진출 등 7가지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며 “마케팅과 해외 영업 부서를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으로 기존 6개 본부 85개 팀은 8개 본부 86개 팀으로 확대됐다. 수출 증가세가 가파른 미주 지역에는 별도의 본부를 설치하고 나머지 지역(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을 담당하는 본부를 따로 만들었다. 해외지역별로 영업마케팅본부, 해외물류 전담조직이 신설되고 해외사업부문 지원 조직도 재편 및 강화될 예정이다.
불닭볶음면 등 라면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도 확대할 방침이다. 면 사업 영역을 건면 등으로 확장하고 소스 및 냉동식품 개발을 지속해 핵심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단일 카테고리 비중이 높은 경우 올초와 같은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기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미래 먹거리로 식물성 단백질 연구개발(R&D)도 시작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양식품 매출은 작년보다 42.3% 증가한 9142억원, 영업이익은 52.4% 늘어난 9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내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개월 전 8272억원에서 1조 44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005억원에서 1240억원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