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EQA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콤팩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EQB'를 수도권에 많은 눈이 내린 지난달 15일 타봤다. EQB는 내연기관 모델 GLB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로, 서울 도심에서 경기 안산에 있는 시화나래 휴게소까지 약 120km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더 뉴 EQB 300 4MATIC AMG 라인'이다.
EQB는 '콤팩트 SUV'답지 않게 크다는 첫 인상을 줬다. EQB의 차체 크기는 길이 4685mm, 너비 1835mm, 높이 1700mm다. 휠베이스(타이어 앞바퀴에서 뒷바퀴까지의 거리)가 2829mm로 기아 중형 SUV 쏘렌토(휠베이스 2815mm)보다 더 크다.
전면부는 주간주행등(DRL)과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수평의 광섬유 스트립이 눈에 띈다. EQ만의 고유한 디자인 특징이 강조돼 전면부만 보면 EQA와 비슷하다. EQ의 패밀리 룩은 후면부에서도 엿볼 수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테일 라이트와 수평의 LED조명 스트립을 한 줄로 연결해 전면부와 통일된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답답함 없는 넓은 시야각이 인상적이었다. 2개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가 낮게 위치해 있고 전장 대비 전고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벤츠 특유의 원형 디자인 송풍구와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눈에 띈다.
콤팩트 SUV임에도 실내 공간은 넉넉한 편이었다. 2열 도어가 넓게 열려 승하차 시 불편함이 없었다. 카시트를 사용할 때 아이를 앉히기에도 편리해 보였다. 시승 차량은 5인승 모델로 2열 좌석 헤드룸과 레그룸은 각각 979mm, 87mm이다. 추가 옵션으로 7인승을 선택할 경우 2개의 개별 좌석으로 구성된 3열 시트가 추가된다. 트렁크 공간은 495L로 최대 1710L까지 확장할 수 있다. 비교적 큰 디럭스급 유모차 등을 넣기에도 충분한 크기다.
시승 당일 도로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음에도 EQB의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다. 정체 구간이 많아 회생제동 기능 중 가장 강력한 'D-' 단계를 사용해 주행했다. 회생제동 단계는 D-와 D, D+, D오토 4가지다. D는 기본, D+는 부드럽게 밀고 나가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타력 운전이 가능하다. D오토는 상황에 맞게 알아서 회생제동량을 조절한다. 각 단계는 스티어링휠 뒤쪽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조정한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은 떨어진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5초 이내로 빠른 가속력을 자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EQB의 제로백은 8초대로 전기차 치고는 가속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EQB는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울렁거림 없이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보여줬다. 차량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무게 때문에 바닥을 누르면서 가는 느낌으로 승차감에 도움을 주는 듯했다. 곡선 주행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줘 큰 쏠림 없이 비교적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방지턱을 넘을 때 느껴지는 충격도 크지 않았다.
합류 구간에서 차선 변경 후 속력을 높여봤다. 도심 주행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아쉬워 이번에는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에코와 컴포트 모드 주행에서 약하게 느껴졌던 치고 나가는 힘은 그제야 전기차다운 가속력을 보여줬다.
고속 주행 중 바람을 가르는 풍절음 유입은 적은 편이었지만 콘크리트 도로 등 노면 소음 차단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주행 중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해봤다. 시승 차량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가 포함돼 앞차와의 간격 유지, 속도 제한 표지판 인식 자동 속도 조정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앞차가 신호 대기를 위해 속도를 줄이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감속했다. 운전자가 직접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충돌할 것 같은 걱정이 들지 않게 안정적으로 멈춰섰다.
다만 반자율주행 기능 중 차로 유지는 시승 당일 눈이 많이 내려서인지 차선의 한쪽 끝으로 붙어 주행하는 등 차선을 잘 잡아주지는 못했다.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가 반복됐다. 스티어링휠에 양손을 모두 올려놓고 주행을 했지만 연신 경고음이 울렸다. 잦은 경고음에 결국 반자율주행 모드는 끄고 운행해야 했다.
더 뉴 EQB는 66.5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국내 인증 기준 최대 313km를 주행할 수 있다. 앞축과 뒤축에 각각 탑재된 모터로 최고 출력 168kW, 최대 토크는 39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대 100kW 출력의 급속 충전과 최대 9.6kW 완속 충전을 지원하며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0분이 소요된다.
경쟁 차종으로는 BMW의 iX3와 아우디 Q4 e-tron 정도가 꼽히며 가격은 7600만원부터 시작(시승 차량은 8100만원)한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