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9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IT(정보기술) 버블기'였던 2002년 이후 20년 만의 최대치다. 다만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하면 84곳에 그쳐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일반기업 56개사, 기술특례기업 28개사, 스팩 45개사로 집계됐다. 특례기업은 2005년 기술특례 제도 도입 이래 지난해(31개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기술특례 상장의 사전단계인 전문기관 기술평가를 신청한 기업은 80개사로 기술평가 도입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기술특례 제도란 경영성과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성장성과 미래가치를 고려해 상장시키는 제도다. 과거엔 주로 바이오 업종이 활용했지만 최근엔 인공지능(AI),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로봇, 소프트웨어 등 업종이 다양화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상장한 소부장 기업은 32곳으로 2019년 11월 최초 소부장 기업(메탈라이프) 상장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올해 신규 코스닥 상장사는 역대 최대였지만,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공모금액은 6000억원 감소한 3조원에 그쳤다. 올 들어 지속된 금리인상에 IPO 시장 내 유동성이 바닥나면서다.
공모금액 규모는 이차전지용 분리막 제조업체인 더블유씨피가 43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성일하이텍이 1335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신규 스팩은 45곳으로 2009년 스팩 도입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는 목적으로 증권사가 설립한 서류상 회사다. 스팩과 비상장사가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하는 게 스팩상장이다.
올해 스팩이 급증한 건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비교적 안전한 증시 입성 통로로 평가받는 스팩합병을 통한 기업들의 상장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올 2월 '스팩소멸' 방식의 합병이 허용된 점도 스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기존의 '스팩존속' 합병은 상장 후 계약서, 특허, 사업자등록 등 후처리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소멸 방식은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들에 선호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은 신성장 산업의 요람"이라며 "높은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유한 혁신기업의 도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