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서울가스 등 도시가스 관련주의 폭등세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하지만 기초체력이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주가가 뛰었기 때문에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기준 삼천리는 7.78% 오른 40만8500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가스도 4.67% 오르며 신고가(43만7000원)를 기록했다. 대성홀딩스는 4.93% 상승하며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종목은 올 들어 3~5배 급등했다. 작년 12월말 9만800원이었던 삼천리는 40만원으로 350% 상승했다.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도 각각 159%, 148% 급등했다.
주가가 상승한 것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h)당 79유로(2월22일)에서 346유로(8월26일)까지 치솟았다.
가스 가격은 급등했지만 실적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국내 도시가스 업체들은 도매 업자인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한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독점 사업권을 부여받은 지역에서 수수료를 붙여 공급한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도시가스 판매단가는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영업이익 레버리지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인천 지역에서 가스를 공급하는 삼천리는 작년 7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 1625억원(증권사 평균 전망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적 개선이 본업이 아닌 요식업, 자동차 유통업 등 신사업에서 나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스전을 보유하지 않은 삼천리는 가스 가격 상승이 자산 가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주가와 실적도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에서 가스를 공급하는 대성홀딩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22억원으로 전년 동기(128억원) 대비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서북부 사업자인 서울가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절대적 고평가 영영에 진입했다. 최근 4개 분기 기준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03배, 116배다.
투기성 자금이 몇 개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도시가스, 경동도시가스 등 다른 도시가스주는 올 들어 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