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상 인원의 90% 이상이 정치인이며 경제인들은 사면 대상에서 일괄 제외됐다.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신년 특별사면안을 심의·의결했다. 효력은 28일 0시부터다. 윤 대통령은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특별사면 대상자는 △정치인 9명 △공직자 66명 △특별 배려 수형자 8명 △선거사범·기타 1290명 등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범국민적 통합을 위해 범죄의 경중, 국가에 기여한 공로, 형 확정 후 기간 등을 고려해 특별사면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고령과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징역형(총 17년) 중 남은 14년여의 형기와 아직 납부하지 못한 82억원(총 130억원)의 벌금이 면제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김 전 지사는 복권 없이 남은 형기(5개월)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김 전 지사는 피선거권이 2028년 5월까지 제한돼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엔 출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가 친문계(친문재인)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출신 주요 인사도 대거 포함됐다.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복권됐으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최경환 전 부총리 등도 사면 및 복권됐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에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이 포함됐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겼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상대적으로 기업인 사면에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의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인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지난 광복절 사면 때 정치인과 공직자를 배제한 경제인 위주의 사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복절 사면 대상자 1693명 중 주요 기업 경영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명에 그쳤다.
오현아/좌동욱 기자 5hyu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