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극장에서 개봉한 추리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누적 매출이 1억6530만달러(약 2094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열풍에 주목해 후속작 2편과 3편의 제작권을 4500만달러(약 570억원)에 사들였다.
그로부터 3년 만에 2편에 해당하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사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나왔다. 넷플릭스의 판단은 적중했다. 23일 공개된 직후부터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순위 1위에 올랐다. 통쾌하고 풍자 가득한 추리극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1편이 미국의 부유한 범죄 소설가 할런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2편은 억만장자 마일스가 친구들과 함께 그리스의 한 섬에서 벌이는 살인 사건 게임을 다룬다.
작품의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에 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 분)이 등장해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선다. 블랑의 캐릭터는 기존 탐정들과 사뭇 다르다. 셜록 등 다른 추리극 인물들에 비해 여유롭고 느긋하다. 유쾌하고 멋진 신사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타고난 추리력을 발휘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2편은 1편보다 훨씬 입체감이 있다. 먼저 플롯 자체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처음엔 그저 한가롭게 펼쳐지는 호화 파티에서 일어나는 사건 정도로만 보인다. 하지만 이 안엔 회사 설립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이 겹쳐 흐른다. 여러 살인 사건이 겹쳐져 하나의 진실을 향해 가는 구조도 흥미롭다.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들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개연성을 높인다. 파티에 초대된 친구들도 겉보기엔 친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모두 억만장자 마일스를 살해할 동기를 가진 용의자들로 드러난다.
작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시청자의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반전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겉으로 포장된 부와 명예에 대한 풍자를 가득 담아낸다.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이란 제목에도 풍자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 여러 겹으로 된 양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자세히 보면 그 진실이 훤히 드러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르적 특성도 두드러진다. 코미디, 드라마,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보다 풍성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극장에서 OTT로 성공적으로 옮겨온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 언젠가 나올 3편도 기대하게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