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단업계가 세계 최대 체외진단 무대인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인증을 받아 임상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실험실을 징검다리로 삼아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서비스 업체인 엔젠바이오는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가 랩지노믹스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에 출자했다. 엔젠바이오와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에이비온, 액체생검 기반의 진단 상장사 한 곳 등 총 세 곳이 전략적투자자(SI)로 20억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하PE를 새 주인으로 맞는 랩지노믹스는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클리아 랩(CLIA Lab·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을 인수할 계획이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연 매출이 500억~1000억원 규모인 클리아 랩을 후보군에 놓고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엔젠바이오 등이 루하PE에 자금을 대는 건 랩지노믹스가 인수하는 클리아 랩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클리아 랩은 임상 검사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미국 정부가 인증한 실험실을 의미한다. 엔젠바이오는 자체 NGS 서비스를 현지 클리아 랩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미국에서 대규모 검사 실적(레퍼런스)을 쌓을 기회”라고 했다. 에이비온은 향후 미국에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임상을 확대할 때 랩지노믹스의 클리아 랩에서 동반진단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가 클리아 랩을 직접 사들이는 건 단순 서비스 제공 계약으로는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액체생검 업체인 싸이토젠이 최근 95억원을 들여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클리아 랩을 사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싸이토젠은 내년 4월께 본격적인 미국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는 “1~2년 내에 의료 서비스 단가가 높은 플로리다, 조지아 지역에 클리아 랩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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