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을 건축해 운영 중인 A리츠는 건축 당시 받은 B보험사의 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B사는 건전성 기준(지급여력제도·RBC)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출 연장이 불가하다고 통보해왔다. 하지만 A리츠는 다른 금융기관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법인들이 주택을 투기한다고 봐 대환 대출도 동일한 금융기관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기준 금리 인상 여파로 각종 대출 금리도 급등세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하단 금리가 연 6%를 넘어섰다. 하지만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주택사업자가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하거나 갈아타기가 불가능한 가운데 금융기관이 대환 규정을 악용해 수익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와 주택매매사업자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관련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업감독규정 별표6(주택 관련 담보대출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의 2-1호 가목(은행은 주택임대사업자나 주택매매사업자 대상으로 해당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의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수 없다. 다만 기존에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을 증액 없이 대환·재약정하는 경우에는 취급할 수 있다)을 대표적인 불합리한 규정으로 꼽고 있다.
금융위원회 법률해석 상 대환(기존 대출을 변제하기 위한 대출)은 동일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환하는 경우만 인정하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과의 대환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데, 이를 대환이 아니라 신규 대출로 본다. 신규 대출의 경우 건설임대사업자가 아니라 매입임대사업자로 간주해 등록임대사업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손실이 확대돼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과 보험사의 지급여력제도(RBC)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기관은 이같은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대환을 거부하고 대출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에 대환을 요청하면 변동금리로 변경하거나 추가 금리를 요구하는 등 리츠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기관으로 대출을 옮길 수 없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방법 외에는 자구책을 마련할 수 없다.
임대주택을 운영 중인 리츠가 대환이 불가능해 사업의 존폐 위기를 맞거나, 과도한 비용 발생으로 투자자의 배당수익이 급감할 수 있어 리츠의 신뢰도 추락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은행업감독규정 상 허용하는 대환의 의미를 동일한 임대주택 사업장에서 동일한 금액을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지속하고, 리츠의 안정적인 배당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택 관련 담보대출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 상의 대환의 의미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