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사람을 모울 수 있게 되면 일자리는 모이는 사람만큼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을 어떻게 모으느냐 하는 문제로 넘어가야겠죠. 청년세대의 이야기와 표현 방식에 조금 더 귀 기울여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온디맨드 기반의 정책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시간과 공간에 맞게 제공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효과적인 스케일링 지원정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다져줘야 합니다.”
박재현 부산디자인진흥원(이하 진흥원) 지원본부장은 청년들의 취·창업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십 수 년 간 진흥원에서 디자인과 산업의 연결고리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온 박 본부장은 이제 디자인이 주목받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현 본부장을 만나 창업과 취업, 그리고 2023년 부산의 디자인 산업에 대해 들어봤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부울경의 창업사관학교로도 유명합니다.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현재 저희 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여러 정부부처별 연구개발사업과 기반구축사업, 창업지원사업, 디자인전문인력양성사업 등 다양한 유형의 사업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울산, 경상남도 등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협조요청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창업지원사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의 디자인융합 스포츠산업 창업지원센터(예비창업·초기창업) 및 스마트/비대면 전환 스포츠 재창업지원센터(재창업) 운영사업, 창업도약패키지지원사업 등을 운영하며 디자인 주도 창업 전주기 지원 공공기관은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기관입니다.”
그간 지원사업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창업기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곳들이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2021년에 도약기 창업지원 대상기업으로 선정한 ㈜루메나는 선정 당시에도 연매출 200억에 이르는 유망한 제조기업이었습니다. 루메나의 CEO는 삼성전자 출신의 전도유망한 창업가였고, 생산하는 제품의 퀄리티가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를 연계하면서 선행디자인 기반의 비즈니스모델 빌드업 등 1년의 지원기간이 끝나갈 무렵 연매출 260억을 달성하더니 올해는 연매출 400억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의 가치를 연매출 200% 신장이라는 실적으로 증명한 케이스라 할 수 있죠. 그 외에도 아기 유니콘 기업(투자유치 100억 이상)에 선정된 ㈜프링커 코리아의 사례 등 디자인주도 창업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사례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진흥원에서는 2022년 민선8기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공약 ‘15분 도시’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인가요.“부산광역시와 협력해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두 가지는 15분 생활행복 공공디자인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기반조성과 1인 가구 안전복합타운 조성 추진입니다. 먼저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인, 약자 등 소수자를 모두 포함해 디자인을 적용하는 개념입니다. 15분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니버설디자인이 도시에 정착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유니버설디자인 계획 수립 및 예산 확보를 위해 협력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 시범사업을 통해 유니버설디자인 선도 사례를 창출하고 유니버설디자인 시민공감디자인단 운영을 통해 잠재된 유니버설디자인 과제를 발굴, 문제해결 및 정책사업화를 위한 노력과 교육 및 컨설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1인 가구 안전복합타운 조성은 청년을 위한 범죄예방디자인 개선을 통해 청년 주거지의 개선,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원룸 리모델링, 경찰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심원룸 인증컨설팅과 시설설치를 지원합니다. 또한 주거취약지역을 대상으로 범죄예방디자인 개선사업과 청년들이 참여하는 ‘내손내안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부산광역시와 부산의 기초자치단체인 16개 구·군의 공약사업 및 결핍요소를 분석해 다양한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고, 관련 수행예산(국비)를 다양한 정부 부처별로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장경제의 흐름은 MZ세대가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을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드는 디자인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MZ세대에 특별한 관심이 집중되는 요즘이죠. 그간의 세대와 워낙 차별화 되어 있는 세대이니까요. 창업, 취업, 여가활동과 소비 등에서도 MZ세대와 함께 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도 MZ세대인 청년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요즘 신조어 중에 ‘미닝아웃’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가치관, 취향 등을 소비행위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 하는데, SNS의 해시태그를 통해서 자신들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MZ세대들이 어떤 신념, 생각, 느낌 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그들의 니즈를 연구하고 파악해 자신을 숨기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디자인 주도로 정주여건을 설계하는 정책의 방향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Z세대 사이에서 취·창업 문제도 이슈인데요. 디자인 정책으로 청년들의 취·창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좋은 일자리의 부재가 부산지역 청년인구의 탈부산 등 인구감소의 여러 원인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KOSIS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인구는 2012년 353만 여 명이었으나, 2021년 335만 여명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8만 여 명이 부산을 빠져 나갔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 일수록 쉽고 담백하게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시각으로 풀어보자면, 사람을 모울 수 있게 되면 일자리는 모이는 사람만큼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을 어떻게 모으느냐 하는 문제로 넘어가야겠죠. 청년세대의 이야기와 표현 방식에 조금 더 귀 기울여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최신 트레드는 어떻게 되는지를 잘 살펴 그에 맞는 온디맨드 기반의 정책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시간과 공간에 맞게 제공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스케일링 지원정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다져줘야 합니다.”
젊은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대학에서 직접 정규과정 강의도 병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인재 양성의 산실이라는 대학 현장에서 바라본 본부장님의 느낌이 궁금합니다.“자식 또래의 대학생들과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희가 생각하고 살아온 방식과는 또 다른 여러 것들을 직접 부대끼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우선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굉장히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저는 그것이 직관적이어서 오히려 담백하다고 느꼈습니다. 자신들을 자유롭고 숨김없이 표현해야 디자이너들도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 알리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니까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는 생존만이 아닌 사회 공동선 추구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본래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만 완전해 질 수 있는 것이라 믿기에, 혼자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부산 청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그들이 주역으로 살아갈 부산의 미래를 위해 공생하는 정책디자인의 필요가치가 절대적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에서는 여러 창업지원사업을 다년간 진행 중이라고 하셨는데, 창업지원사업과 디자인이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디자인 주도의 창업지원은 단순히 사업화를 위한 자금지원이 능사가 아니고 경쟁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스케일업 디자인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창업기업에서 개발하려고 하는 아이템을 옆에서 함께 지켜봐주고 디자인적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추가하면 더 좋은 상품이 개발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연구 했습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코로나 엔데믹에 대응하는 시점에서 사회구성원과 사용자의 니즈, MZ세대의 미닝아웃 등에 적절히 잘 대처해 ‘디자인’이라는 무기를 수단으로 스타트업에 쥐어주며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사용자와 적절한 시장에 맞게 안배하여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스케일업 디자인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창업지원사업 지원기업들을 위해 진행 중인 진흥원만의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저희 원의 창업지원 담당 직원들은 외근을 자주 나가는 편입니다. 지원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통하고, 현장에서 어떤 요소들이 첨가된다면 더욱 잘 성장할 수 있을지 직접 보고 소통한 후 맞춤형 컨설팅과 코칭, 그리고 적정 멘토링을 연계하기 위함입니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데이 및 디자인 주도 특화 프로그램 운영, 데모데이 운영을 위한 IR자료 제작 지원, 기술·특허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스포츠 창업지원사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예비창업자 및 초기창업자를 지원하는 디자인융합 스포츠창업지원센터와 재창업자를 지원하는 스마트·비대면 전환 스포츠산업 재창업지원센터, 두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사업 모
두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유치한 사업으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스포츠산업에 있어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요.“이전의 스포츠 주류는 엘리트 선수 중심으로 구성된 전문 분야여서 일반인들이 직·간접적으로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면, 지금의 스포츠 주류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스포츠의 시장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역시 단순히 의류 및 신발산업의 기능성, 그리고 남성 위주였다면, 현재의 스포츠는 생활 속에서도 편하고 자유롭게 착용 및
사용할 수 있는 패션아이템으로서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홈 트레이닝 족과 야외활동 선호인구가 증가하고,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에서 스포츠 활동 체험이 가능해지면서 스포츠산
업이 미치는 영역은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능성 제고 목적의 단순 스타일링을 넘어, 스포츠 용품, 용구, 웹, 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포츠디자인 시스템과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축구선수들의 탈의 사진을 통해 남자선수가 스포츠브라를 입는다고 이슈가 된 바 있는데, 실은 운동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제작된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ETPS)으로, 디자인이 결합된 스포츠 용품입니다.”
올해 지원사업에 선발된 기업들의 특징이 있을까요.“뉴&넥스트 노멀(New & Next Normal) 과정을 거쳐 오면서 디자인과 타산업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다른 산업군의 요구조건이 되거나 디자이너에게 타 산업영역에서의 역할을 요구하는 융·복합 경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스포츠산업은 많은 변화들, 즉 올림픽에 새로운 종목들이 추가된다거나, 귀족 스포츠 및 비주류 스포츠라 여겨지던 여러 종목들이 다양한 미디어매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대중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제한적이던 사적 모임과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다양한 스포츠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 난립 등 여러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정 창업기업들의 이름과 제품을 거론할 순 없지만 이런 흐름에 편승한 아이템을 비즈니스모델로 장착한 창업기업들이 다수 나타났습니다. 또한 부산지역의 대표 산업군인 신발산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신발산업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신발산업 내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인해 입지가 넓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쟁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됩니다.”
2023년 진흥원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2023년 부산디자인진흥원의 2023년 액션 플랜은 해양문화관광을 포함한 해양기술융합상품 및 서비스디자인과 O2O기반 유통서비스디자인을 포함한 스타일테크 디자인, 지능화기술기반 제
조서비스 및 고령친화 디자인입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부산 디자인 아젠다의 실현과 구체화를 향해 파트너가 될 창업기업을 만나고 싶습니다. 앞도 뒤도 없는 무작정 성공
이 목표가 아니라 탄소제로 및 세계 기후환경의 변화에 대응 가능한 ESG 창업과 같이 적정한 성장과정과 미래지향적 성공을 위해 디자인 주도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