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등 주요 도시가 26일부터 해외 입국자 격리기간을 줄였다. 지난 21일 쓰촨성 청두에서 시작했던 시범 단축 조치를 전국으로 확산한 것이다. 현지 여행사들은 내달 3일부터 시설격리를 폐지할 것으로 보고 항공권 확보에 나섰다.
26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24일 베이징으로 입국한 사람들이 이틀 만인 이날 격리호텔에서 나가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입국 당시에는 5+3(시설 5일, 자택 3일) 격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날 오전에 주거지 주민위원회의 승인이 있으면 나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베이징과 톈진 등 주요 도시 입국자에 대한 시설격리가 이날부터 2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3일부터는 시설격리가 없어질 것이란 당국의 구두 지침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기반 여행사 관계자도 "내년 초에 시설격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제로 코로나' 폐기 이후 자가격리에 대한 감시는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 해외 입국자에 대한 제한은 시설격리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 제시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2월부터 2년 넘게 해외 입국자에 대한 시설 격리를 14일 이상으로 유지했다. 지난 6월 10일로 줄인 데 이어 10월에는 7일로, 11월에는 다시 5일로 축소했다. 내년 초 완전히 해제하면 3년 만에 입국 제한을 푸는 것이다.
다만 이날 축소 역시 21일 청두 당시와 마찬가지로 방역당국 등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홍콩위성TV 등은 중국이 다음달 시설격리를 폐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출입국 인원의 왕래 관련 조치를 계속 최적화할 것"이라고 대응해 왔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지난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빠르게 '제로 코로나' 방역 통제를 풀고 있다. 11월11일과 12월7일 두 차례 걸친 방역 완화 조치 등으로 감염자 시설 격리, 주거지 봉쇄, 강제 유전자증폭(PCR)검사 등을 철폐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임에도 지난 25일부터는 하루 감염자 현황 발표도 중단했다.
중국 보건당국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달 1~20일 신규 감염자는 2억48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인구의 17.5%에 달한다. 하지만 현지에선 실제 감염자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추정이 대세다. 베이징, 쓰촨성, 허난성 등 상당수 성·시는 이미 5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확산 초기 대도시 주요 상권은 '제로 코로나' 시절보다 더 한산한 모습이었다. 식당 영업을 허용해도 종업원이 감염돼서 운영을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기도 했다. 1차 감염 파동이 지나간 지역들은 경제 회복 시동을 걸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