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골프 레전드’가 하늘로 떠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26일 “투어 통산 88승으로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케이트 휘트워스(미국)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향년 83세.
휘트워스는 ‘대기만성형’ 골퍼였다. 1958년 L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데뷔 4년 만인 1962년에 첫 승을 거뒀다. 그다음부터는 탄탄대로였다. 한 달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따냈고 이듬해에는 7승을 쓸어 담았다. 투어에서 활동한 22년 동안 꾸준히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1962년부터 1978년까지 1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을 신고했다. 22시즌 우승과 17년 연속 우승 모두 LPGA투어 최장 기록이다.
휘트워스의 88승은 통산 우승 2위 미키 라이트(미국)보다 6승 많다. 샘 스니드와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가 보유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다승 기록(82승)보다도 많다. 미국 남녀 프로 골프투어를 통틀어 최다승 기록이란 얘기다. 이 중 여섯 번은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휘트워스가 LPGA투어에 남긴 기록은 이뿐이 아니다. 시즌 평균타수 1위에 주는 베어트로피(11차례)와 시즌 상금왕(8차례)도 역대 1위다. 1966년부터 시상한 ‘올해의 선수상’은 일곱 차례 받았다. 여덟 번 수상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LPGA투어에서 ‘가장 홀인원을 많이 한 선수’(11개)도 그다. 압도적인 실력에 힘입어 휘트워스는 1975년 LPGA 명예의전당에 올랐고, 1982년에는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에 가입했다.
그는 생전에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며 “그저 우승을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운이 좋았을 뿐 특출난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몰리 마쿠 서만 LPGA투어 커미셔너는 “골프계와 이 세상은 가장 뛰어난 여성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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