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6일 15: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털(VC) 운용사인 LB인베스트먼트가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국내 IPO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신규 펀드 조성 및 투자금 회수 실적을 앞세워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상장한 대다수 VC들이 공모 단계에서 흥행에 실패했거나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한 상태여서 LB인베스먼트의 IPO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세대 VC, 유니콘 기업 성장 파트너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6월 심사를 청구한 지 6개월 만이다. 시장 상황을 살펴 내년 상반기에 코스닥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사다.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설립된 1세대 벤처캐피탈이다. 1996년 LG창업투자로 시작해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LG그룹 3세인 구본천 LB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LB가 LB인베스트먼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1조원으로 그동안 500여개의 기업에 투자했다. 선도 투자자로 참여한 후 투자한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기업 성장의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하이브, 펄어비스, 직방, 무신사,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컬리, 에이블리, 뮤직카우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에 자금을 댔다. 이 중 하이브와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이 증시에 입성해 투자금 회수(엑시트) 통로를 확보했다.
올해 주식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요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0% 중후반대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청산을 앞둔 펀드들도 20% 중반대의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창조경제바이오펀드, 충북창조경제혁신펀드, 미래창조LB선도기업투자펀드20호 등 펀드 3개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런 수익률을 토대로 지난 11월 약 2000억원 규모의 신규 벤처 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업들의 가치가 하향 조종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이다.
공모구조는 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이 병행될 예정이다. ㈜LB가 지분 100%를 가진 만큼 주식 분산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구주 매출이 필수적이다. 주식 분산 요건은 상장 이후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식이 특정 주주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다. 일반 주주의 비중이 25% 이상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벤처캐피탈 IPO 잔혹사 끊어낼까
국내 IPO 시장에서 VC들은 대부분 공모 성적이 저조했다는 점이 변수다. 증시가 활황세였던 2018년 대형 VC를 필두로 연이은 IPO 도전이 이어졌지만 같은 해 말부터 국내 증시가 얼어붙자 대다수 벤처캐피탈이 상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나우IB투자와 아주IB투자,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도전했지만 대부분 공모 단계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LB인베스트먼트 역시 2018년부터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하다 일정을 미룬 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웍스), 스톤브릿지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의 IPO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이 중 다올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올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지만 역시 공모 흥행엔 실패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희망 공모가(5800~7200원) 하단인 5800원에, 스톤브릿지벤처스는 희망 공모가(9000~1만500원) 하단을 밑도는 8000원에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이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25일 종가 기준 다올인베스트먼트 주가는 3025원, 스톤브릿지벤처스 주가는 4625원이다.
VC의 실적이 증시와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결과다. VC의 경우 일반 기업과 달리 투자 기업의 공정가치 평가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2019년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에도 시가를 기준으로 투자자산을 평가하도록 회계기준이 변경됐다. 경기와 증시 여건에 따라 투자기업의 평가이익과 평가손실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VC의 실적 변동성도 커졌다.
LB인베스트먼트가 IPO에 도전하는 것과 달리 다른 벤처캐피탈은 상장 전략을 수정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작업을 진행하다 지난 10월 NH투자증권과 손잡고 스팩합병으로 선회했다. 캡스톤파트너스 등도 올해 상장 예심을 청구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