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명징’과 ‘직조’ 표현, 이듬해 광복절 ‘사흘’, 올해 8월엔 ‘심심한 사과’가 논란을 불렀다. ‘문해력 논란’은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다. 청년 세대가 한자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 문장 이해력이 떨어지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어린이·청소년들은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져 글을 읽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불거졌다. 교육기업들은 어휘력과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는 분위기를 타고 ‘문해력 시장’ 잡기에 나섰다.
문해력 도서 출간 43% 증가
25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8월 어휘력과 문해력을 주제로 출간된 도서는 116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21% 증가한 수치다.학습의 가장 기본인 ‘읽기’와 관련한 도서는 항상 나왔지만, ‘문해력’ 키워드를 달고 나온 책은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예스24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문해력 관련 도서 550종 중 466종은 모두 지난해 이후 출간됐다.
글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초등학생 대상 도서가 강세다. 에듀윌은 이달 <초등 문해력 보스 한국사>와 <초등 문해력 보스 세계사>를 출간했다. 한국사, 세계사에 관련된 교과서 지문이나 블로그, SNS 등 디지털 매체의 글을 읽고, 이를 잘 이해했는지 문제풀이로 확인하는 책이다. 웅진씽크빅은 판타지 동화를 읽으며 초등 교과서 필수 어휘를 습득할 수 있는 <판타스틱 어휘 365>를, 좋은책신사고는 <우공비 일일문해력>을 냈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대상 문해력 교양 도서도 인기다. 블랙피쉬에서 올해 5월 출간한 <어른의 문해력>은 예스24 독자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뽑혔다. 긴 글을 읽기가 어려워진 성인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읽어야 할지 알려주는 실전서다.
어휘력 기르는 법부터 글의 주제 찾는 법, 내 경험과 비교하며 읽는 법 등을 소개하고, 일종의 학습지처럼 직접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다. 사무실용 문해력 책도 있다. 지난달 출간된 <비즈니스 문해력을 키워드립니다>는 업무용 메신저, 이메일, 보고서 잘 쓰는 법을 소개했다.
독서논술학원 ‘한우리’ 최대 실적
학원업계에서는 독서논술학원이 문해력 논란의 수혜를 봤다. 초·중등 독서논술학원인 ‘한우리’를 보유한 디지털대성은 지난 3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01억원, 매출은 9.2% 늘어난 1643억원을 달성했다. 대성마이맥 등 고등 부문도 성장했지만, 한우리도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 디지털대성은 “한우리가 연령별, 학년별로 주제와 단계에 맞는 도서를 매달 새롭게 선정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문해력을 주제로 잡은 도서 큐레이션도 등장했다. 대교의 유아동 전집 브랜드 ‘키즈스콜레’는 지난 5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컬렉션’을 출시했다. EBS에서 방영한 문해력 프로그램이 선정한 그림책 27권,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 책과 자녀의 독서방법을 지도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 포함된 구성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