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깜짝 방미는 극도의 보안과 철통같은 엄호 속에 진행됐다.
보도에 따르면 20일 인접국인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에 도착한 미국 군용기 조종사들은 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고서야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들은 사전에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와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 몇 명만 태운다고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 대사를 비롯한 키이우 현지 실무자들은 감청 우려 때문에 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논의를 대면 접촉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비롯해 의회 주요 인사에게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불과 사흘 전에야 관련 소식이 공유됐다.
펠로시 의장 역시 직전까지 이를 함구했던바, 백악관 정상회담에 이어 미 의회 합동 연설을 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일부 의원들이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떠났다가 급히 워싱턴DC에 복귀하기도 했다.
젤렌스키의 방미가 일급비밀로 다뤄진 이유에 대해 WP는 "매일같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전시 지도자의 출국이 갖는 특유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국 정상은 대면접촉을 원해왔다. 그러다 백악관은 지난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식 초청을 보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이를 수락했다. 방미 계획이 최종 확정된 것은 18일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받았다. 이번 방미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2조원이 넘는 군사지원을 받아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